단편소설5-(4)
미진은 그렇게 공장 일과 밤사이의 유흥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빠듯했다. 공장 월급으로는 치장도 해야 했고, 원룸 월세에 생활비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이것저것 떼고 나면 통장엔 늘 바람만 스쳤다. 어떤 달에는 아예 돈이 모자라 영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도 있었다.
‘처음이라 그런 거야. 좀만 더 적응하면 괜찮아질 거야.’
미진은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다음 달엔 꼭 돈을 아껴 쓰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어느 날이었다.
“미진아, 너 지난번 노래방에서 본 오빠 기억나?”
“누군디?”
“아, 왜 있잖아, 좀 마르고 나이 솔찬히 있는, 조용한 오빠.”
“승헌 오빠?”
“아, 맞다. 기억하네, 가시내.”
“그 오빠가 왜?”
“너 좀 보자고 한디야.”
“날 왜?”
“모르제. 너한티 꽂혔는갑다.”
“미친. 나이 차가 얼만디.”
사실 미진과 승헌의 나이 차는 열네 살이나 됐다. 그래서 미진은 그를 이성으로 볼 수가 없었다. 함께 어울릴 때야 ‘오빠’라고 불렀지만, 솔직히 삼촌뻘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도 막상 만나자니 묘하게 싫지만은 않았다. 그 점이 미진을 더 어이없게 만들었다.
“야, 야. 그러지 말고 우리 심심한디, 승헌 오빠 불러서 맛있는 거나 사주라 할까?”
영미의 말에 미진은 기겁했다.
“뭐더러. 싫어야.”
“야, 빼지 말고. 너 이번에 방세도 못 냈잖아. 이런 걸로 퉁쳐야지.”
미진은 영미의 성화에 결국 못 이기는 척,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따르르르릉—”
영미가 승헌에게 전화를 걸었고, 금세 약속이 잡혔다.
그렇게 영미와 승헌, 그리고 미진. 셋의 만남으로 미진은 승헌을 낮에 제대로 처음 보게 됐다. 장소는 첨단에 있는 해물찜집이었다. 양도 푸짐했고 맛도 좋았다. 평소엔 엄두도 못 내던 해물찜을 앞에 두자, 미진의 기분도 덩달아 풀어졌다.
“잘 먹네. 미진이 입에 맞나 봐.”
승헌이 웃으며 물었다.
“반주도 할래?”
미진은 잠깐 머뭇했지만, 영미와 눈이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 외쳤다.
“소주요!”
( 다음 이야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