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진 그 두 번째 이야기

단편소설 5-(2)

by 최지윤

콩나물국밥집에서 숙식하며 일하던 미진은 열아홉의 순정을, 가게를 들락거리던 동네 일진이자 동갑내기 남학생에게 바쳤다. 그가 미진의 첫사랑이었다. 매일 국밥에 반주를 곁들이며 추근덕대는 아저씨들 틈에서,

그나마 또래 남학생의 시선이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야, 너 여기서 일해?”

처음 말을 걸어온 것도 그였다. 미진은 국밥 그릇을 내려놓다 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냥… 여기서 살아.” “힘들겠다.”


그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힘들겠다는 말을, 그동안 아무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진은 그 남학생과 사귀며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전주시내를 함께 돌아다녔다. 그 남학생은 경호라고 했다. 객사길을 걷다 말고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우리 집 밭 많아. 나중에 뭐 해 먹고사는 건 걱정 없어.” “진짜?” “그럼. 나만 믿어.”


욕도 잘하고 인물도 썩 좋지는 않았지만, 덩치가 컸고 그래서 둘이 걸어 다니면 고목나무 옆에 매미 같았다. 그는 거친 성격에도 불구하고 미진에게만큼은 잘해 주었다. 손을 잡을 때도, 밥을 사줄 때도 늘 먼저 물었다.

“춥지 않냐?” “배고프진 않고?”


적어도 게임에 빠지기 전까지는.


“나 오늘 피시방 좀 갔다가 연락할게.”


그 말이 점점 잦아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연락 자체가 끊기기도 했다. 전화를 하면 신호만 가고, 메시지는 읽지 않기가 잦았다. 며칠 만에 겨우 얼굴을 봤을 때, 그는 모니터 불빛에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너 여기서 뭐 해?” “아, 한 판만 더 하고.” “나 기다린 거 안 보여?” “야, 게임 중이잖아.”


미진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 변했어.” “사람 안 변해. 네가 예민한 거지.”


미진에게 하늘의 별도, 달도 다 따다 줄 것 같던 처음의 모습은 간데없고, 남은 건 게임에 찌든 폐인의 얼굴뿐이었다.


며칠 뒤, 미진은 마지막으로 그를 불러 냈다.


“우리 그만 보자.” “뭐?” “이제 두 번 다시 볼 일 없어.” “야, 웃기지 마.”


그는 웃었지만, 미진은 웃지 않았다. 대신 짐을 쌌다.


“나 광주 가.” “갑자기?” “응. 일자리도 있어.”


광주로 먼저취업해서 자리 잡아 있는 친구를 따라 미진은 전주를 떠나 광주로 왔다. 친구가 다니던 공장에 부탁해 함께 일자리도구했고,

숙식은 친구와 함께 광주 첨단이라는 동네의 원룸에서 시작했다.

좁은 방에 짐을 풀던 날, 친구 영미가 말했다.


“그래도 잘 왔어. 여기서 나랑 같이 지내면서 다시 시작하면 되지.”


미진은 대답 대신 1층 원룸 창문을 열었다. 낯선 도시의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전주에서의 열아홉은 그렇게, 조용히 문을 닫았다.

( 다음 이야기로 )

화요일 연재
이전 05화미진 그 첫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