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안에서>

1화 해바라기- 사랑은 사라져도 향기는 남는다.

by 이영주

“이 이야기는 꽃집의 하루에서 피어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향기로 기억되는 하루가 당신에게도 있기를.”




딸랑— 문 입구의 종이 울리며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어서 오세요.”


오전 열 시, 단골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언제나 깔끔한 슈트에 빨간 목도리를 한 어르신이다.


“허허, 오늘은 해바라기를 좀 사고 싶은데, 있을까?”


“어르신, 오랜만이에요. 빨간 목도리만 봐도 어르신 생각이 나요.”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해바라기 예쁘게 포장해 드릴게요. 잠시만요.”


꽃잎 사이로 햇살이 비쳤다.

그 빛에 노랗게 반사된 어르신의 눈가가 잠시 젖은 듯했다.


“할머니 보러 가시는 거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우리 할망구 생일이거든.

해바라기를 참 좋아했어.

해만 바라보고 피는 게 꼭 나만 바라보는 자기 같다고 해서.

그래서 그땐 괜히 사주기 싫었는데…

이제야 사주네, 허허.”


그의 웃음소리가 조용히 가게 안을 맴돌았다.

나는 잠시 손을 멈췄다.


‘할머니가 떠나신 뒤에도,

이 사람은 여전히 그 시간을 살고 있구나.’

괜히 가슴 한쪽이 따뜻해졌다.


그의 손끝이 해바라기 줄기를 만지며 멈췄다.

그 손에는 오래되어 빛이 바랜 반지가 반짝였다.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조심히 가세요, 어르신. 오늘은 유난히 바닥이 미끄러워요.”

그는 빨간 목도리를 한 번 더 고쳐 매며 웃었다.


“그래, 자네도 감기 조심하게.”


문이 닫히고 나서도

빨간 목도리의 색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해바라기 향기가 공기 속에 오래 남았다.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사랑은 사라져도, 향기는 남는구나.”



그날 이후, 나는 해바라기를 포장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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