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라벤더-기억은 향기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by 이영주


타닥타닥.. 창밖의 비가

창문을 부딪히며 누군가 서럽게 울듯

세차게 내린다.

나는 떨어진 꽃잎을 주우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오늘은 조용하네…”


그때, 문이 열리며 딸랑— 종소리가 울렸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젖은 머리칼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덩치가 크지 않은, 마른 체격의 남자가

재킷 주머니를 꼭 쥔 채로 서 있었다.

비에 젖은 손으로 봉투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혹시… 이 편지와 어울릴 꽃이 있을까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금 떨렸다.


나는 잠시 말이 막혔다.

편지의 모서리가 젖어 있었고,

그 위로 잉크가 번져 있었다.


“라벤더요.”

내가 조용히 말했다.


“이 향은 오래 남아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이걸로 부탁드릴게요.”


"이걸로 물기라도 좀 닦으면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비에 젖은 손님에게 하얀색 수건을 건네며

나는 조심스럽게 라벤더를 포장했다.

포장지 사이로 퍼지는 보랏빛 향기가,

가게 안의 공기를 천천히 적셨다.

그는 잠시 꽃을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 편지… 사실은 부치지 못한 편지예요.”

"아...-"


그는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만 더 빨리 그 사람이 날 좋아한다고 했을 때

나도 너를 좋아한다고 용기 내서 말해볼걸..

많은 말이 적혀있는 편지를 전달하지 못해도

자기도 진심이었고 기억해 달라는 것 을 꽃으로 라도 알려주고 싶었다.

늦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나의 용기다.

그는 한참을 말이 없었고 손끝이 봉투모서리를

만지작 거렸다.


그 속에는 보내지 못 한 말과 시간들이 있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하지 못했다.

그의 눈빛은 멀리 어디를 향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미소를 남긴 채 가게를 나섰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비와 향기가 함께 남았다.

나는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기억은 향기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비에 젖은 남자가 들고 온 한 통의 편지.

그 편지와 함께 피어난 라벤더는,

사라지지 못한 기억과 미련의 향기로 가게를 물들인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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