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 종소리와 함께 바람이 스쳤다.
차가운 공기 속에 어제 내린 비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유리문을 닫으며 갈비뼈가 벌어질 만큼
숨을 크게 들이쉬었고.
어제의 라벤더향이 공기 속에 아직도 남아있다.
“저… 백합 좀 볼 수 있을까요?”
검은 옷을 입은 중년의 여자가 서 있었다.
생각이 많은 얼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백합을 포장하며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건 축하가 아니라, 이별의 꽃이었다.
그녀의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내 가슴 어딘가에서 묘한 감정이 일렁였다.
눈앞이 아득하게 흔들리고,
꽃잎이 손끝에 닿는 순간 짧은 웃음소리와 함께
환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이 번쩍 떠올랐다.
그 미소가 사라지는 동시에, 가슴이 조여왔다.
놀란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꽃을 떨어뜨렸다.
백합이 부서지는 소리가 또렷했다.
여자가 놀란 듯, 떨리는 한 손으로 다른 손을 꼭 잡았다.
“죄송해요… 손이 미끄러져서요.”
말을 하며도 숨이 가빴다.
그녀는 나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천천히 해도 돼요. 오랜만에 보러 가는 거라 삐져서 꽃을 쳤나 봐요.”
“네?”
당황한 얼굴로 바라보는 나에게 여자가 말했다.
“애기한테 가는 길이거든요. 갔다 오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조금 참았거든요.
그러다 동생이 생겨서, 꼭 그 아이가 돌아온 것 같아 보러 가요.
그 아이에게 더 잘해줄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했겠죠?”
그녀는 볼록한 배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죄송해요, 제가 괜한 이야기를 했네요.”
미안하다는 말이 꽃잎 사이로 나오는 거 같았다.
“아니에요… 아기도 아주머니가 엄마라서 행복했을 거예요.”
그 여자가 돌아간 후에도
그 아이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었다.
내가 본 건 단지 상상일까,
아니면 그녀의 기억 일부였을까.
가게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하지만 공기 속 어딘가에는
백합의 향기와 함께 낯선 슬픔의 잔향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