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프리지아-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라 오늘이 무사한

by 이영주


햇살이 유리창을 가만히 스쳤다.

따뜻한 빛이 꽃잎 사이로 스며들며

노란 프리지아들이 조용히 반짝였다.


라디오에서는 오래된 노래가 흘러나오고,

가게 안 공기엔 달콤한 향기가 섞여 있었다.

나는 무심히 진열된 프리지아 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참 따뜻하네.”


그때, 문이 열리며 딸랑— 종소리가 울렸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급하게 들어왔다.

손에는 커피 한 잔, 얼굴엔 조금의 피로가 묻어 있었고

그의 커피에서 병실 냄새 가 났다.

“프리지아… 있나요?”


“네, 오늘 막 들어왔어요. 향이 아주 좋아요.”


그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꽃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 아내가 퇴원하는 날이에요.

오랜 시간 병원에 있었거든요.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향기로 전하려고요.”

나는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


“프리지아 는 따뜻하고 고요한 향이에요.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거든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사람, 예전엔 꽃을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근데 이번엔 꼭 주고 싶었어요.

살아있다는 게, 그냥… 고맙고..

그 사람이 아프고 나서야 내가 너무 소홀했고

사랑을 다 주지 못한 게 미안해요.

이제야 곁에 있다는 거에 고마워졌어요."

나는 아무 말 없이 프리지아를 포장했다.

손끝에서 향기가 번지며, 공기가 조금 따뜻해졌다.

그가 나간 뒤, 문이 닫히며 종이 작게 흔들리고

유리창 너머로 노란 꽃잎이 햇빛에 반짝였다.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라,

그냥 오늘이 무사한 거구나.”


그 커피의 병실 냄새가 오래 지켜본 사랑의 향이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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