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유리창을 가만히 스쳤다.
따뜻한 빛이 꽃잎 사이로 스며들며
노란 프리지아들이 조용히 반짝였다.
라디오에서는 오래된 노래가 흘러나오고,
가게 안 공기엔 달콤한 향기가 섞여 있었다.
나는 무심히 진열된 프리지아 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참 따뜻하네.”
그때, 문이 열리며 딸랑— 종소리가 울렸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급하게 들어왔다.
손에는 커피 한 잔, 얼굴엔 조금의 피로가 묻어 있었고
그의 커피에서 병실 냄새 가 났다.
“프리지아… 있나요?”
“네, 오늘 막 들어왔어요. 향이 아주 좋아요.”
그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꽃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 아내가 퇴원하는 날이에요.
오랜 시간 병원에 있었거든요.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향기로 전하려고요.”
나는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
“프리지아 는 따뜻하고 고요한 향이에요.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거든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사람, 예전엔 꽃을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근데 이번엔 꼭 주고 싶었어요.
살아있다는 게, 그냥… 고맙고..
그 사람이 아프고 나서야 내가 너무 소홀했고
사랑을 다 주지 못한 게 미안해요.
이제야 곁에 있다는 거에 고마워졌어요."
나는 아무 말 없이 프리지아를 포장했다.
손끝에서 향기가 번지며, 공기가 조금 따뜻해졌다.
그가 나간 뒤, 문이 닫히며 종이 작게 흔들리고
유리창 너머로 노란 꽃잎이 햇빛에 반짝였다.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라,
그냥 오늘이 무사한 거구나.”
그 커피의 병실 냄새가 오래 지켜본 사랑의 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