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고식
그리고 5주 후.
차 돌려받기는 틀렸구나, 이젠 새 차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 즈음
No Caller ID로 전화가 왔다.
‘아, 경찰이다.’
없던 희망이 다시 생기며 전화를 받았다.
차를 찾았고, non-drivable condition이라 towing을 해야 하는데 30분 안에 못 오면 경찰 측에서 towing을 한다고 했다. 그럴 경우 비용이 꽤 나올 수 있으니 직접 오는 게 낫다고 했다.
다행히 재택근무 날이었고, 나는 우버를 타고 경찰이 알려준 주소로 갔다. 도대체 얼마나 심하면 non-drivable이지? 폐차 수준인가? 여러 걱정을 하며.
우버에서 내려 좀 걸어가자 멀리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내 차가 보였다. 어? 겉은 멀쩡했다. 먼지가 쌓여 조금 많이 지저분한 것 빼고는. 그리고 그 옆에는 경찰차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서 내 차를 들여다보니 차 내부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대충 이렇게 시동 부분이 부서져 있었다. 내부도 좀 파손되어 있었고, 차에 두고 다니던 면허증은 도둑들이 가져갔는지 없었다. 그 외에는 큰 건 없었다. 경찰 말로는 그 자리에 4주 이상 주차되어 있었고, property manager가 수상해서 차량에다 경고 사인을 붙였는데도 그대로 주차되어 있어서 신고했다고 했다.
정비소도 가본 적 없고, towing도 처음이고, 차 운전한 지 1년도 안 된 내가 사고도 처음 겪어보니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다 이래저래 조치해서 차를 정비소에 보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내 차를 찾아왔는데 5주 만에 반기는 내 차를 보고 정말 기뻤다.
다음 주 현대차 정비소에서 도난방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예약도 했고, 핸들락도 설치해뒀다.
도난방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면 시동을 막을 수 있지만, 도둑들이 차량에 들어가기 전에는 소프트웨어 설치 여부를 모른다 하여 이런 수동 락을 걸어두면 확실한 억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왕이면 눈에 확 띄는 빨강이나 노랑을 쓰라고도 했다. 검정은 눈에 잘 안 띄어서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동안은 차를 다시 도난당하고 싶지 않아서 핸들락 잘 하고 다니다가 지금은 저걸 매번 설치하는 게 너무 귀찮아서 하지 않는다. 다시 도난당해도 상관없다 생각하고 타고 다니는데 그로부터는 별 문제 없다.
아무튼, 내 차가 다시 돌아왔다. 아직도 잘 타고 다닌다.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진 미국, 초반에 신고식을 제대로 한 덕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