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차이일까
초록 신호가 켜지자마자 바로 엑셀을 밟아서 길 건너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빨리 건너가라는 위협인지, 아니면 본인 0.5초라도 더 빨리 가겠다는 안타까운 ‘빨리빨리’ 문화인지.
차라리 노란불일 때 엑셀을 밟고 아슬아슬하게 신호를 통과하는 건 그럴 수 있다. 그건 최소 1~2분은 더 기다려야 초록불이 켜지니 그 차이로 지각을 한다던가, 그냥 기다리기 싫은 사람은 그럴 수 있다 하겠는데.
근데 왜 아직 사람이 건너고 있는데, 그것도 무단횡단을 한 것도 아닌데 꼭 그래야만 할까. 심지어 보행자 신호는 어쩔 땐 길도 짧은데 왜 그리 신호가 길고, 다른 때는 길은 너무 긴데 신호가 짧은지 모르겠다.
내가 해외로 이민을 간 건 만 15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딱 적당한 나이였다. 너무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어가 능숙하고, 그렇다고 해서 어른이 다 돼서 온 것도 아니라서 어려운 단어 구사는 빨리 되진 않는다. (살인 사건을 추리하는 보드게임에서 등장하는 ‘공범자’라는 단어가 초반에 계속 생각나지 않았다.)
청소년 시기에 이민을 왔기 때문에 두 문화를 모두 가치관이 성립하기 전에 충분히 경험해봤고, 두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도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한다. 일 때문에 미국을 왔고,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면서 느낀 건 캐나다 사람들이 더 마음의 여유가 있고 더 잘 웃는다는 것 정도? 아무래도 미국이 경쟁이 더 심하기 때문에 오는 당연한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차이가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같은 영어권 문화라 그런지 크게 느낀 두 나라의 차이는 없다.
어린 시절을 그래도 한국에서 지냈기에 난 한국인의 정이 좋다. 외식을 하게 되면 아무리 설렁탕 한 그릇이 5만 원이어도 한국 음식부터 먹고 싶고, 음악도 잘 때 듣는 자연의 소리 빼고는 과장 전혀 안 하고 케이팝만 듣는다. 외국 노래라고 하면 겨울왕국의 Let It Go나 알라딘의 Speechless 정도로 유명한 노래 정도. 마음 잘 맞는 사람은 무조건 한국 사람, 안 맞는... 사람도 한국 사람.
또한 스타벅스에 랩탑과 가방을 두고 한참을 지나다 와도 그 자리 그대로 있는 서로에 대한 신뢰까지. 그냥 한국의 모든 것을 다 사랑하는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인데.
그냥 조금 아쉬운 건, 땅이 좁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친구와의 경쟁의식이 좀 심하다는 것과 그것으로부터 오는 질투심과 이기심. 그리고 여기선 운전을 아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만 가면 주차공간이 너무 좁아서 한국 사는 사람들의 운전실력에 감탄하고.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문화는 한국에서는 굳이 필요 없는 매너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문을 뒷사람을 위해 잡아주는 순간, 그 사람은 매너는 있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뒷사람들로 인해 그 문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매너는 자리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엘리베이터 타자마자 층을 누르는 동시에 닫기 버튼을 누르는 것도 동의는 못하지만 이해는 간다. 그래도 엄마한테는 제발 닫기 버튼 좀 누르지 말라고 몇 번을 잔소리했는지 모르겠다.
다른 건 몰라도 길 건너는 것 정도는… 그래도 혹시라도 위험할 수 있는데, 사람 다 지날 때까지 기다려주면 안 되는 걸까? 기다리다가 뒷차가 경적을 울리면 그것 또한 골치 아프려나.
사람 하나 건너가는 걸 기다려주는 그 1초가 누구에게는 작은 여유가 될 수도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