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대신 칼국수와 약과
실리콘밸리로 돌아왔다. 비행기 가격이 연휴를 끼고 있어서 평상시보다 두세 배는 높았기에, 동부로 출발한 비행기는 red eye flight, 돌아오는 비행기는 오전 6시. 저녁 비행기는 그렇다 치고, 아침 비행기는 참 어렵다. 게다가 요즘은 자리를 사지 않으면 항상 운 나쁘게 가운데 자리에 앉게 되고, 자리를 사고 싶어도 200불을 호가하니 원, 살 수가 없네.
보스턴으로는 비행기로 왕복하고, 뉴욕에 놀러 갈 때는 보스턴에서 출발해 운전해서 다녀왔다. 뉴욕은 보스턴에서 쉬는 시간 포함 왕복 10시간. 총 2박 3일의 여행, 추수감사절이었던 목요일과 금요일을 끼고 가서인지 교통체증이 더 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역시 장시간 운전은 운전하는 사람이든 같이 타는 사람이든 다 힘든 것 같다.
뉴욕의 날씨는 최고기온 10도에서 최저기온 영하 1도까지. 역시 나에게는 춥다. 타임스퀘어는 언제나처럼 번잡하고 이리저리 치이면서 다니게 된다. 아무래도 연휴라 더 사람이 많았던 걸 수도 있겠지. 뉴욕은 놀러 갈 때 솔직히 그렇게 가고 싶은 도시는 아니긴 하다. 한 번 가서 유명 관광지 돌고 나면... 더 방문할 이유는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보스턴은 정기적으로 놀러가고, 좀 새로운 데를 가고 싶으면 그게 뉴욕이니 어쩌다 한 번씩 방문하게 되는 듯하다.
어차피 시간도 이틀밖에 없고 힘들게 여행하고 싶지 않아 이미 가봤던 주요 관광지는 제외하고, 그나마 타임스퀘어 정도만 다녀왔다. 뉴욕 와서 한 번도 그 유명한 뉴욕 피자를 먹어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1.5 뉴욕 피자도 줄 서서 먹어보기도 하고! 정말 기대 안 했는데 가격 대비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피자 한 조각 사 먹기에는 30분은 줄 서서 기다려야 되니, 최소 피자 두 판 이상을 사면 그 긴 기다림의 가치를 좀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그래도 만족스러웠던 것은 한식 맛집 탐방! 뉴욕의 한인 중심지인 Fort Lee의 여러 곳을 방문하며 들렀던 집들은, 맛집 블로거였던 옛 추억을 회상하며 올려봐야지.
아래에 서술하는 가격은 모두 팁과 텍스를 반영한 가격이니 가볍게만 참고해 주시길.
원래 뉴욕에서 유명했던 곳인 것 같은데 나는 처음 가본 곳. 정말 든든하고 맛있다! 칼국수 한 그릇에 $25 정도, 에피타이저 만두가 $20 정도? 칼국수 두 그릇과 만두까지 합쳐 총 $75~80? 나쁘지 않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는 구수함에 간장게장까지 팔아서 정말 행복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한 통에 5만 원인 간장게장 사 오면 그렇게 기뻤었는데, 미국에서는 참 먹기 힘든 음식이다. 아래 간장게장 한 그릇이 $50? 작은 게가 네 마리 나와서 간장게장을 정말 좋아하는 내가 혼자 먹기에는 살~~짝 부족한 듯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양.
이번에 새로 생긴 한식 다과 카페 Cheongsu! 건물 외관도 기왓집처럼 예쁘고, 카페 내부도 작지만 아기자기한 게 좋았다. 디저트를 잔뜩 먹고 싶어서 다과 한 상에 케이크 하나 추가해서 $50 정도 나왔다. 약과가 제일 맛있었고, 전반적으로 가격도 괜찮은 것 같다. (참고로 난 약과를 정말 좋아한다! 부엌 한 칸이 나의 약과 칸이었다. 지금은 좀 줄였지만.)
이번 여행에서 아쉽게도 조금 실망했던 디저트 카페 Seoul Sweets. 바로 전 한식 디저트 집이 만족스러워 기대 한껏 하고 갔는데, 가격이 조금 아쉬웠다… 그나마 롤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빵이 아닌 백설기로 크림을 감싼 형태였고, 아무리 뉴욕이라도 작은 롤케이크가 $13은 비싸게 느껴졌다. 맛도 평범. 음료도 한 잔에 $10인데 몇 모금 마시니 금세 사라져버렸다. 대놓고 “한국 디저트예요~” 하는 이름을 걸었고 타임스퀘어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서울 이름을 걸었으니 조금 더 분발했으면. 다른 디저트는 안 먹어봤으니까 다음에 한 번 더 방문해봐야지.
사진은 없지만 야식으로는 뉴욕 한인타운에 정말 많은 케이치킨 중 아무 곳이나 하나 골라서 먹었는데, 역시 맛있더라. 대충 $40 정도에 해결한 저렴한 야식.
정말 한식으로만 이루어진 여행. 피자 한 조각 제외하면 한식으로만 채운 든든한 여행이었다.
번잡하고 항상 바쁜 듯한 뉴욕, 그래도 실리콘밸리보다는 훨씬 한식집 많은 것은 부럽다. 실리콘밸리에도 맛있는 한식집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