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지막 도전의 시기일까

by 개일

10년 후의 나는 지금의 내가 우러러볼 수 있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일까, 아니면 지금의 나를 그리워하는 인생을 살고 있을까. 어떻게 될지는 10년 후의 내가 되지 않는 한 알 수 없겠지만,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그때의 내가 지금을 돌아봤을 때 젊음이 지나갔다는 사실만 조금 아쉬울 뿐, 후회할 것은 없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그것조차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인생을 살고 있으면 더 좋겠다.


까마득하게 먼 훗날 같지만, 지난 10년이 많은 변화가 있음에도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앞으로의 10년도 마찬가지겠지. 30대에 들어섰다고 이제 더 이상 20대의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앞으로의 10년은 10년처럼 느껴지지도 않을 것이다. 도전을 주저하는 반복되는 일상의 10년은 기억 속에 압축되고 압축되어 5년, 3년, 아니 어쩌면 1년의 기억조차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30살이 되기 전 마지막 20대의 며칠을 하나하나 세어가며 앞으로 돌아오지 않을 20대가 사라져 간다는 것이 무서웠다. 29살이 막 되었을 때는 별생각이 없다가 30살이 되기 6개월 전부터 문득 겁이 나기 시작했다. 5개월, 4개월, 3개월... 그렇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지나가는 시간은 어느새 며칠, 몇 시간으로 줄어들고 그렇게 20대는 지나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30살이 되면 어떡하지. 이제 더 이상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해도 어리다고 우길 수 없는 나이가 되면 어떡하지.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도 모르겠지만 괜히 겁이 났던 그 나이, 30살.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다른 게 없다. 너무나도 다를 게 없이 내가 혼자 대단하게 생각했던 30살이라는 숫자는 같은 동갑내기들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않은 그저 평범한 하루일 뿐이었다.


친구들과 애인, 가족에게 축하를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아쉽게도(?) 생일 전후로는 약속 없는 날이 없어서 생일이 지나고 일주일 후에야 드디어 가진 나 혼자만의 여행. 여행은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지만 취직한 이후로는 한 번도 혼자 떠나본 적 없는 솔로 여행이다.


남들이 계획해준 여행에는 별생각 없이 돈을 턱턱 쓰면서도 막상 내가 나를 위한 여행을 준비하려니 숙소비가 아까워 제일 저렴한 곳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려 떠나는 여행인데 나에게 주는 선물이 이렇게 각박해서야 되겠나 싶더라. 지금까지 잘 달려왔잖아. 잠시 주춤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달려왔는데 이제는 나에게 조금 관대해져 보자.


그래서 덜컥 4인 가족이 지내도 넉넉한 숙소를 예약했다. 지금 나는 그 숙소 안에서 오랜만에 글을 쓰고 있다. 나름 의미 있는 여행을 보내고 싶어서 디지털 디톡스를 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끊어내기 힘든 도파민 중독.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끊어내려 하니 막상 남는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잠시 멍해지기도 했다. 만약 그 시간을 채울 것이 없다면 그건 어쩌면 내 꿈과 열정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남는 시간을 최대한 자아 성찰과 일기를 쓰는 데 쓰고 있다.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천천히 생각하면서.


이제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조금 아쉽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꾸리는 여행. 내가 직접 짜 보니 너무나 내 스타일이다.


30살.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아니었고,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것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순간은 인생에서 꽤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계속 고민해 봐야겠다.


IMG_1604.HEIC


이전 06화뉴욕에서 찾은 한국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