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행복을 담아보기
배달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샛노란 은행나무 이파리들이 팔랑팔랑 사르르
나풀나풀 사뿐사뿐 손짓하며 나를 불러 세운다.
은행나무의 부름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5월 봄바람에 맑게 씻은 아기 얼굴처럼
보송보송 맑고 투명한 연두색이었다가
8월 삼복더위에 습기를 가득 머금은
진한 초록색이었다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내려놓는 거예요.
인생도 그런 거예요, "
샛노란 11월의 가을 은행잎이
다시 찬란한 푸르름으로 빛나기 위하여
모든 걸 내려놓을 시간이라고
이 아름답고도 슬픈 진실을 속삭인다.
가을은 쓸쓸히 갈 계절이라
이름도 가을이라 이름 붙였던가?
제 갈 길 잘 가고 있는
가을의 발길을 붙잡아 본다.
내가 붙잡는다고
붙잡아질 계절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이대로 보내기엔 어쩐지 아쉽고 쓸쓸해져
가을을 불러도 보고 붙잡아도 보고,
주워 담아도 보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가을의 시간은 내일로, 겨울로 흘러가는 중일 테지.
한적한 아침, 미술관의 주차장.
샛노랗게 옷을 갈아입은 은행나무와
묵묵히 째깍째깍 제 갈길을 가는 시계,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흐르는 계절을, 무심한 세월을
카메라에는 담아도 붙잡지는 말라고
나에게 속삭이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