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초 가정법원 앞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은 줄지어 서 있었다. 투명 가림막, 번호표 기계, 복도 끝 의자마다 누군가의 싸움이 놓여 있었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잠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어깨들.
우리는 계단 아래서 만났다.
햇살이 대리석에 반사되어 희고 메말랐다.
민서는 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모서리가 손바닥을 눌러 파고드는 게 멀리서도 보였다.
“아버지 일이야?”
내가 물었다.
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견인 문제. 병원 동의랑 같이.”
민서의 아버지는 기억을 놓치곤 했다. 병원은 보호자 동의를 반복해 요구했고,
법원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라고 했다. 서류 위에서 가족은 확인란으로 나뉘었다.
우리는 계단을 올랐다. 민서는 두 칸 오르고 한 번씩 멈췄다. 나는 뒤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웠지만, 그녀가 혼자 서 있다고 느낄 만큼은 떨어진 거리였다.
“왜 이렇게 조용해요?”
민서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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