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28편
전략기획팀장으로 일하며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팀장님, 대표님은 도대체 뭘 원하시는 건가요?”
대표가 회의에서 던지는 말은 단순하다.
- “혁신해야 합니다.”
- “비용관리 더 철저히.”
- “새로운 방향 고민합시다.”
하지만 이 말들은
대표가 *진짜* 원하는 것과는 절반만 맞는다.
전략기획팀장은
대표의 말(텍스트)이 아니라
대표의 의도(콘텍스트)를 읽어야 한다.
오늘이 바로 그 ‘숨은 언어’를 해석해야 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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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혁신해야 합니다.” = 새로운 걸 하자는 뜻이 아니다
아침 회의에서 대표가 말했다.
“올해는 혁신해야 합니다.”
한 임원은 바로 답했다.
“그럼 신규 사업 검토하겠습니다.”
나는 그 순간 알았다.
대표가 말하는 ‘혁신’은
신규 사업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수익성 회복’이다.
대표의 말투, 숨 고르는 지점, 손의 움직임은
방향을 명확히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대표님 말씀은 신규 확대보다는
기존 구조 효율화 쪽인가요?”
대표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맞아요. 정확합니다.”
그 한 문장이
회사의 연간 전략을 통째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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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표는 감정으로 말하고 전략기획팀장은 구조로 번역한다
대표가 자주 말한다.
“요즘 시장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아요.”
이 말은 ‘감정’이다.
하지만 전략기획자는
감정을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
그 말은 이렇게 해석된다.
- 성장은 불확실하다
- 현금흐름 관리가 중요해진다
- 투자는 보수적으로 가야 한다
- 변동성 대비가 필요하다
대표의 감정을
조직이 실행할 수 있는 지침으로 바꾸는 사람.
그게 전략기획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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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표는 한 줄 말하고 전략기획자는 그 뒤의 100장을 읽는다
대표가 말했다.
“고객이 요즘 우리 제품에 큰 기대를 하고 있어요.”
그 말 뒤에는 여러 의미가 숨어 있다.
1) 고객 요구 증대
2) 경쟁사 약세
3) 단가 인상 여지
4) 품질 리스크 경고
5) 조직의 자만 방지
대표는 한 줄 말한다.
전략기획자는 그 한 줄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100장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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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때로는 대표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메시지다
대표가 보고서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칭찬도, 지적도 없었다.
팀원은 불안해했다.
“대표님 불만 있으신 걸까요?”
나는 말했다.
“지금은 말이 없다는 게 메시지야.”
대표의 침묵은 세 가지를 의미한다.
① 이미 결정을 했다
② 더 보고 싶다
③ 우리가 의도를 정확히 해석하지 못했다
오늘은 세 번째였다.
그래서 나는 보고서를 다시 썼다.
대표가 궁금해할 네 가지를 먼저 넣었다.
1) 왜 지금인가
2) 리스크는 무엇인가
3) 대안은 무엇인가
4) 실행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
대표는 이 네 가지가 없으면
어떤 보고도 ‘미완성’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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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 11시, 오늘의 마지막 메모
“전략기획은 대표의 말이 아니라
대표가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번역하는 일이다.”
대표는 큰 방향을 말한다.
전략기획자는 그 방향을
실행 가능한 구조로 바꾼다.
나는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대표의 언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만이
전략을 완성할 수 있다.”
---오늘의 한 줄
대표는 방향을 말하고, 전략기획자는 구조를 만든다.
대표가 말하지 않은 의도를 읽는 순간, 전략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