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무너져도, 너의 곁에 있을게
나는 언제나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다. 언제 어디서든 감정기복 없이 늘 쿨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사람. 그래서 정말 괜찮지 않을 때조차도 일부로 더 괜찮은 척을 했다.
티를 안내는 게 아니라 반대로 괜찮아 보이는 티를 내는 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었으니까.
그렇게 살던 어느 날, 내 안의 서러움이 나도 모르게 터져 버린 순간이 있었다. 나에겐 언제나 믿고 마음 놓고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나의 연애도, 소중하게 여기는 아르바이트 공간도 소개하고, 데려가고, 가정사와 크고 작은 비밀까지도 유일하게 공유하는 친구.
그날도 그냥 그렇게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는데 새벽이 깊어질 무렵 정자에 앉아 의도치 않게 이런 말을 꺼내게 되었다.
"사실 너한테 말을 못 했는데, 나 그때 너무 힘들었어... 근데 너한테 말하면 너도 힘들어질까 봐 말을 안 했어."
솔직히 그 말을 뱉은 순간이 너무 두려웠다. 모두에게 안 좋은 사람으로 남더라도, 그 친구에게만큼은 항상 잘 보이고 싶었다. 이렇게 쿨하지 못하고 무너진 나를 보면 그 친구가 실망할까 봐 무서웠다.
그런데 그 친구는 내가 우는 모습을 보며 마치 내 마음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 같이 울어줬다. 절대 쉽게 눈물을 흘리는 친구가 아닌데 타인의 일에 함께 눈물을 흘려주는 게 감동이면서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 진짜 마음을 드러낸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날 이후로 모든 게 바뀐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친구 앞에서 만큼은 진짜 나의 감정을 말해도 되겠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그렇다고 모든 걸 의지하고 기대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힘든 일은 마음에 품고 사는 거니까 감정을 숨겨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괜찮은 척을 한다. 너무, 너무 괜찮고 싶으니까.
나도 항상 잡히는 일이 있으면 좋은 결과를 내고 멋지게 살아 내고 싶은 욕심이 조금은 있으니까. 근데 그런 마음마저 너덜너덜해질 때면 잠깐 무너지는 쪽을 선택할 용기도 있다.
무너졌던 과거의 나에게, 무너지지 않았던 과거의 나에게도 똑같이 말해 주고 싶다.
무너졌고, 무너지지 않아서 정말 잘했다고.
무너지지 않았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나는 무너지는 법도 배울 수 있었고, 무너진 나를 다시 일으키는 법도 배웠으니까.
나는 지금도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때면 조절하고 넘기고 싶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걱정을 끼칠 만큼 버거운 순간이 온다면, 그땐 솔직하게 무너질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너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내가 배워 낸 삶에 중요한 태도 중 하나가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물어보자.
지금 나는 아마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일지도 모른다.
괜찮은 척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너무 힘들어질 수도 있다.
당신에게 어떤 위로든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자신은 없다.
그래도,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썼던 날들도, 무너진 채 하루를 버텨낸 날들도 정말 잘했다고 말해 주고 싶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말은 자기 자신을 허락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니까.
오늘만큼은 그 허락을 당신이, 당신에게 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허락이 당신을 다시 살게 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