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를 지키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니까
어릴 적부터 나는 조금 '선명한'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돌려 말하는 법 없이 그대로 뱉어냈고, 인간관계에서도 마음이 식거나 나와 다르다 느껴지면 바로 등을 돌렸다. 늘 내 순간순간의 감정을 토해냈다.
하나둘 정리되고 얼마 남지 않은 인간관계를 보며 문득, 내 성격이 문제였던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던 날들도 있었다.
사실은 나도 어떤 분위기에서든 괜찮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다정하고, 유쾌하고, 둥글게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이든 내가 맞춰주고, 내 성격을 감추고, 그저 그렇게 순탄히 어울린다면 덜 상처받고, 덜 외로울 거라고 믿었다. 물론 나다운 삶은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나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길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그 친구보다도 나 자신이 너무 싫고 미웠다.
나를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었으니까.
"이런 내가 싫으면 떠나, 나는 잡지 않을 거야."
속으로 그렇게 되뇌며 마음의 문을 점차 닫았다.
하지만, 이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준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오래 만났던 남자친구는 내 선명함을 강점이라고 말해주곤 했다.
"그 성격이면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거야."
"그런 말들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멋있어."
"나는 너처럼 못하니까, 너 보면 속이 다 시원해."
비록 한 사람이었지만 옆에서 그런 말을 지겨울 정도로 듣다 보니 처음으로 이런 성격을 가진 내가 좋았다.
내가 너무 좋아서 억지로 둥글어지려 애쓰지 않았다. 나답게, 내 방식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믿게 됐다.
그 이후로는 사람들이 나에게 강하다고 말할 때, 그 말이 더 이상 상처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는, 나 자신을 내가 가장 잘 알고, 그 누구보다도 내가 나를 사랑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너무 멋지다.
적어도 내가 살아오면서 본 적 없던 성격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그 결이 나를 지켜주는 힘이 돼 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엔 그렇게 나만을 지켜온 이 선명한 힘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 친구는 늘 우유부단했고,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었다. 그 친구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나는 그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내 도움을 받은 친구는 나 같은 사람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깨달았다. 내 확신이 누군가의 불안에 작은 등불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구의 시선에 맞추는 것이 아닌 나의 확신을 기준 삼아 선택하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는 알 수 있다.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당신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부정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이 사실 하나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이해받지 못해도, 당신의 그 모난 결이 결국엔 '고유함'이 되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을.
나는 그걸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 그때까지의 당신을 조용히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내가 사랑하지 못했던 성격들이 주변 사람을 다 떠나가게 만들고, 스스로에게조차 외면받는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당신은 충분히 괜찮고, 멋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