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것들에게 더 가까이
조용한 시간, 나만의 공간, 그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하루를 매일 꿈꾼다.
학교라는 공간은 그런 나와는 맞지 않는 곳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타는 버스는 늘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낑겨 가야 했고, 오르막길을 땀 흘리며 도착한 교실은,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나누고,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억지로 어울려야 하는 곳이었다. 귀에 들어오지 않는 수업을 엉덩이가 납작해지도록 앉아 견뎌야 하는 시간들. 모든 게 내 하루를 갉아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귀찮아서가 아니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준비를 하는 건 누구보다 성실히 해냈으니까. 그런데도 버거웠던 이유는 내 하루에서 '나다운 순간'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처음으로 나를 살아가게 한다고 느꼈던 건 일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처음으로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라 내가 진짜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힘든 일이라며 기피하던 일터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서빙하는 게 즐거웠고, 내가 만든 단골손님들과 주고받는 가벼운 잡담,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해낸 탓에 흘리는 땀까지 정말 완벽했다. 그런 즐거움을 맛보다 보니 나의 시간은 이곳에 다 쓰고 싶어 졌고 그래서 자퇴를 했다. 고민도 각오도 필요 없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위해서 그랬다.
단순해 보일 수 있겠지만, 내겐 그 단순함은 전부를 위한 결정이었다.
지금은 예전처럼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지는 않는다. 우선순위가 하나둘 생기고, 일을 그만둔 지도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요즘은 루틴을 지켜가는 삶을 일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다. 끼니를 챙기고,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샤워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스킨케어를 하며 거울 앞에 서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음악, 책에 푹 빠지는 시간.
대단한 일상은 아니지만, 여전히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하루들이다.
일을 싫어하게 된 건 아니다.
오히려 그때의 시간은 여전히 내겐 너무 소중하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손님이 없는 날을 꿀 빠는 날이라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릴 때, 나는 손님이 없는 날이 슬펐다. 사장님 때문이 아니라, 그 가게가 내 가게 같았고, 우리 가게가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고, 더 활기찼으면 좋겠다는 내 진심이 주인의식처럼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님이 없는 날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열심히 청소하고,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닦았다.
온몸으로 배웠던 모든 시간들이 내게 알려줬다.
길 가다 우연히 주운 돈보다, 땀으로 번 돈이 더 소중하다는 걸.
단지 수입의 차원이 아니라 존재의 밀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왜 우리는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없다고 말할까?"
사람들은 늘 말한다.
"좋아하는 걸로는 먹고살 수 없어."
"그건 그냥 취미로만 둬야지."
진심으로 말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열정적이며,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다.
남들이 쉬라고 말해도, 나는 쉬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말리는 길도, 나는 걸어가고 싶었다.
반항심도 아니고, 특별해지고 싶어서도 아니다.
좋아하는 것에 온전히 나를 던지는 삶은 가장 인간답고, 가장 아름다우니까.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하루가 대단하고 위대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하루가 나로서 살아낸 하루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싫은 일을 억지로 붙잡기보다, 좋아하는 일에 나를 맡기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고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결심이니까.
혹시 당신도, 매일 아침 억지로 일어나기보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고 싶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마음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다.
작고 흐릿한 감정 하나가 어쩌면 당신만의 길이 되고, 당신만의 세계가 되고, 당신만의 삶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감각을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것을 미뤄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너무 맞추려다, 정작 나를 잃어버리는 하루는 의미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