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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는 인류가 집착한 완전수

질서를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택한 숫자

by Henry




인류는 오랫동안 ‘12’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달이 한 해 동안 열두 번 차고 기울기 때문에

혹은 12가 나누기 쉬운 숫자이.


런 설명은 절반만 맞다.

진짜 이유는 더 단순하다.

12는 인간이 혼란 속에서 질서를 붙잡기 위해 만든 구조였다.


12는 달력의 토대가 되었고

고대 바빌로니아는 시간을 12로 나누어

하루를 12시간씩 두 번 이어 붙였다.

길이는 12인치로

서양의 오랜 상징들은

12 제국, 12 사도, 12 황제처럼

숫자 12를 중심으로 배열되었다.

12는 완전함, 균형, 주기의 종료를 상징했다.


12가 주는 안정감은

수학적 아름다움보다 심리적 안도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12라는 틀 안에서

한 해를 정리하고,

시간을 이해하고,

문명의 리듬을 정돈했다.

무질서한 세계를 ‘조각낼 수 있다’는 믿음은

삶의 불안에 대한 첫 번째 위안이기도 했다.


12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는

아날로그시계의 12시를 기준으로 하루를 읽고

12개월로 시간을 정리하며

12시부터 11시까지, 12개의 방향으로 세계를 설명한다.

우리는 여전히 이 숫자 안에서

계절을 기억하고,

리듬을 확인하고,

질서를 회복한다.


12는 인류가 발견한 숫자라기보다

인류가 필요해서 만들어낸 구조다.

숫자는 때때로

세계가 혼란스러울 때 붙잡는 작은 손잡이 같다.

그중 12는

가장 오래도록, 가장 깊게

문명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숫자 12는 수량이 아니다.

인류가 혼란스러운 세계에 질서, 균형, 반복, 완결성을 부여하기 위해 선택한 오래된 상징이다.

역사와 신화, 문학과 과학은 모두 이 숫자를 특별한 구조로 보존해 왔다.


인류는 아주 이른 시기부터 12를 ‘완전한 구조’로 보았다.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든 12개월,

고대 바빌로니아의 12진법,

그리스 올림포스의 12 신,

히브리 전통의 12지파,

예수의 12제자.


사회와 신앙은 이 숫자를 통해 “세상은 이렇게 구성돼 있다”라고 설명하려 했다.

혼란을 정리하기 위한 숫자적 장치였고, 세계를 한눈에 이해하기 위한 우주적 지도였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말했다.

“질서는 우연으로 생기지 않는다.

인간은 늘 구조를 갈망한다.”


구조의 대표적인 기호가 12였다.


문학은 12를 순환과 통과(通過)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Twelfth Night)는 ‘12일 동안 이어지는 축제’를 배경으로

가면과 정체성, 사랑과 혼란의 세계가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의례적 리듬을 보여준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연옥·천국의 각 편을 33곡씩 3부, 총 99곡에 ‘서문 1곡’을 더해 100곡을 이루지만

각 구획 내부를 들여다보면 12개의 문, 즉 문맥적 단위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단테에게 12는 영적 여정의 단계, 인간이 자신을 완성해 가는 길이었다.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이렇게 썼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장식이다.”

런 장식의 핵심 문양들 가운데 하나가 12다.


과학은 12를 자연을 나누기 좋은 수로 바라본다.

1, 2, 3, 4, 6, 12. 약수가 많기 때문에 측정과 분할에서 효율적이다.

그래서 하루를 12시간 × 2,

360도인 원을 30도 단위로 12등분 했고,

별자리 역시 12궁으로 나눴다.


주기율표의 기본 구조를 여는 원소들, 예컨대 수소부터 마그네슘까지 역시 원자번호 12 안에 들어 있다.

이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할 때 얼마나 ‘12라는 틀’을 사랑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말했다.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자연에 없는 질서를 심는다.”

12는 질서 가운데 가장 쓰임이 많고 오래된 구조물이다.


철학에서 12는 ‘균형을 이루는 복합 구조’를 의미하기도 한다.

1과 2의 결합(dual + unity),

그리고 그 배수가 만들어낸 3·4·6의 관계는

인간이 세계를 ‘정수적 조화’로 보려는 오랜 시도를 반영한다.


카를 융은 꿈과 상징 연구에서

12를 ‘원형(archetype)의 완성 수’라고 보았다.

원은 토·수·화·공의 4 원소와 이를 확장한 3의 구조가 만나 12로 확장된다고 보았고,

이런 구조는 인간 무의식의 깊은 곳에 새겨진 집단적 문법이라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숫자는 인간의 마음이 우주를 정리하는 방식이다.”


12는 정리의 가장 오래된 양식이다.


우리는 12를 통해 하루를 나누고, 계절을 읽고,

계획을 세우고, 한 해를 정리한다.

새해 목표가 12개의 목록으로 정리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 달이 12개월 속에서 의미를 찾듯

인간의 실천 역시 ‘12의 틀’ 속에서 안정감을 얻는다.


12는 인간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세계는 지나치게 혼란스럽지 않다.

너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12는 태양의 주기와 신화의 구조,

과학의 측정법과 문학의 상징을 모두 아우른다.

이는 인간이 세계를 ‘보이는 단위’로 정리하고자 했던

가장 지적이고 시적인 결과물이다.


12는 완벽하지 않지만

세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적당한 질서의 틀이다.


우리는 그 틀 속에서

다시 시간을 맞고,

다시 계절을 돌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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