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반짝이는 너에게

2년 만에 전하는 시

by 더 나아가

2024년 4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사역 자료를 준비하다 인쇄에 실패한 이면지 한 장을 무심히 바라보던 저는, 무작정 펜을 들고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 소풍길 정원에서 보았던 연노랑 마가렛 꽃,

그 다정하고 소박한 꽃잎이 제 삶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비밀 친구인 큰딸의 얼굴과 많이도 닮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어 묵묵히 헌신하고 동동거리며 살아내느라, 정작 제 마음의 시린 겨울은 돌보지 못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둡고 분주한 시간 속에서도

늘 곁에 다가와 제 등을 가만히 쓸어주던 작은 손길이 있었다는 것이 든든했습니다.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딸아이는 그렇게 묵묵히 제 곁에서 은은하고도 따뜻한 빛을 내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니, 그 아이 또한 자신만의 춥고 외로운 겨울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참이 지나서야 아이의 그 치열한 고독, 그 시린 겨울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왈칵 밀려오던 그날, 딸을 생각하며 이면지에 시 한 편을 적었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15년간 모시고 살았던 나의 아버님이 천국에 입성하신 그날이었습니다.

딸의 얼굴을 떠올리며 적어 넣었던 그 이면지는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동안 잊은 채 지냈습니다.

하지만 시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제 마음속 옷장 어딘가에 조용히 묻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언 땅 아래에서 묵묵히 봄을 기다리는 마가렛 씨앗처럼 말입니다.

이제는 전하고 싶습니다. 2년 전, 미처 건네지 못했던

그 애틋한 마음을.

언 땅을 뚫고 다시 올라온 이 시를, 별처럼 반짝이는 나의 딸에게 보냅니다.


마가렛, 반짝이는 너에게


무성한 화려함은 아니어도

네 안엔 별을 닮은 화사함이 산다


​연노랑 고운 빛

그 고요한 틈 속에 마음 누이게 하는 너

언 땅 밑에서 숨을 고르며

홀로 견뎌내던 너


​약속한 온기가 찾아오면

기어이 곱게 피어날 너

깊은 그늘까지 찾아온 햇살이

너를 깊숙이 비추며 속삭일 때


​너는 다시 눈부시게

꽃잎을 뿌리겠지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