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릎 꿇은 자리에서
어느 날 나의 진심을 차갑게 재단하는 그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박혔습니다.
몇 번 본 게 다인 그이에게 전해 들은 그 말은, 온 마음을 다해 품어왔던 시간들이 단숨에 부정당하는 것만 같아 다시 한번 저를 무릎 꿇게 만들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기 어려워진 빈틈을 타고 자책과 외로움이 밀려왔지만, 저는 무너진 그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기로 합니다.
나를 걷잡을 수 없이 흔드는 진짜 적은 저 바깥의 날 선 비난이 아니라, 그 소리에 속절없이 베이는 내 안의 나약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도 이처럼 캄캄한 절망 속에서 기어이 승리를 맛보았던 그 치열했던 전투의 경험을 조용히 되새겨 봅니다.
그래서 저는 세상을 향해 똑같이 원망의 돌을 던지는 대신, 조용히 나만의 내밀한 전쟁을 준비합니다.
무심코 날아든 차가운 바람결에
정성껏 가꾼 마음의 정원이 흔들립니다.
낯선 이의 시선이 때로 짙은 먹구름이 되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울 때,
여린 마음은 깊은 침묵으로 숨어듭니다.
끝없는 자책이 빗방울처럼 떨어지고
외로움이 잡초처럼 무성해지려 할 때,
나는 허물어진 무릎을 조용히 세워
기억의 땅속 깊이 묻어두었던
돌멩이 하나를 꺼내 듭니다.
나의 손에 쥐어진 것은
누군가를 마주 찌를 날카로운 창도,
상처를 튕겨낼 차가운 철갑도 아닙니다.
오랜 시간 눈물로 씻기고 다듬어진
동그랗고 단단한 진심의 조각.
"상처를 원망으로 갚지 않으리라"
내 안의 거대한 골리앗을 허무는
가장 온유하고도 치명적인 물맷돌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