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학부모

자연스럽게 가자

by 그유정

첫째 아이가 다음 주에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아이는 학생이 되고 나와 남편은 학부모가 된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것이 감탄스럽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저 흐르지 않고 여러 모양으로 우리에게 책임과 기회를 계속 주고 있다는 것이 참 신비로웠다.


학부모가 되었다는 것은 보육의 비중보다는 교육에 비중을 두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시기가 결국 오고 말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억을 거슬러 생각해 보면, 엄마는 나를 적극적으로 교육시켜 주셨다. 엄마는 학원이나 공부 방법에 대한 고급(?) 정보도 많이 알고 계셨다. 기가 막힌 타이밍의 선행 학습으로 나에게 자신감과 책임감도 심어주셨다.


그런데 나는 엄마와는 행보가 조금 다르다. 크게 아이들 학원에 대한 관심이 없다. 학습에 대한 고급정보는 물론이고 중간정보도 딱히 없어 보인다.


딸은 엄마 닮는다고 하는데 아이 키우는 방식과 목표가 엄마와 다소 다른 것이 신기했다. 가끔 엄마 처럼 하지 못해 조바심도 났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나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아이들과 계속 부대끼기‘ 다.


나는 아이들 사이에 껴서 얼굴을 맞대고 살을 맞대며 같이 지내는 것을 참 잘한다. 같이 지내면 지낼수록 이이들은 나의 기를 쏙- 빼서 가져가버리긴 한다.


첫째는 곧 초등학생이 되지만 여전히 엄마와의 식당놀이를 좋아한다. 매일 나는 스테이크와 머핀을 사 먹는 손님이 된다. 장래희망이 영웅과 경찰인 둘째는 매일 블럭으로 총을 만든다. 나는 블럭총의 빵야빵야에 계속 쓰러지는 척을 해준다.


그저 같이 있어준 것 밖에 해준 것이 없어 미안한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첫째 아이의 일기장에 오늘 엄마와 집에서 보물 찾기를 해서 너무 즐거웠다는 그 한 문장이 나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잠들기 직전, 엄마의 볼을 붙잡고 오늘 하루 재밌었다고 말하며 놀랍도록 빠르게 잠들어 버리는 둘째 아이의 말간 얼굴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언제까지 ‘아이들과 부대끼며 지내기’가 나의 특기라고 자랑스럽게 우길 수는 없을 것이다. 부모로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아주기 위해 예민하게 레이더를 켜고 주변을 살펴보아야 하는 시기가 곧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가고 싶다. 아이의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식당 사장님으로서 아이가 어떤 음식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는지 아직은 더 궁금해하고 싶다.


사실 나의 엄마처럼 나도 야무진 엄마가 되고 싶기도 하다. 아- 아이 키우는 일은 정말 심오하고 복잡한 일이다. 아무래도 난 정말 왔다 갔다 얼렁뚱땅 엄마다.


그래도 나는 내가 아이들이 바른 어른이 되는 길을 잃지 않도록, 같이 살을 맞대고 걸어가 주는 엄마이길 바란다. 이것만큼은 얼렁뚱땅을 허락할 수 없다.


일찍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드는 밤이다. 아이들의 얼굴이 참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