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액땜이야

홀가분하게 시작

by 그유정

거 참 이상했다. 안방 공사가 끝나기 무섭게 우리 네 가족이 명절 첫날부터 아팠다.


제일 크게 아팠던 둘째는 콧물이 나며 열이 39도까지 올랐다. 그다음으로 나는 열이 38도까지 오르는 몸살에 걸렸다. 그리고 남편은 머리가 깨질듯한 편두통으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마지막으로 첫째는 열이 오를락 말락 컨디션이 저조해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가족 네 명이 증상이 조금씩 다르게 모두 아프니 너무 속상했다. 명절 첫날 나는 꼭 창문을 활짝 열고 차가운 공기를 확 들이마시는 작지만 특별한 행사(?)를 꼭 치른다. 하지만 몸이 말썽이라 창문을 활짝 열 힘도 없었다. 그리고 온 가족이 열이 나니 함부로 창문도 열 수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명절에 문을 여는 병원은 응급실 뿐이었다. 응급실에 간다면 끝없는 기다림에 고생은 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상비약으로 어찌어찌 버텨야만 했다.


그렇게 남편과 나는 번갈아가며 자고 오며 아이들을 돌봤다. 나중엔 거실바닥에 나란히 누워있는 우리를 아이들이 정성으로 돌봐주고 놀아주었다. (안타깝게도 병원놀이, 연극놀이로 가상의 돌봄이었지만 말이다.)


명절이 끝나자마자 꼭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 병원은 9시 땡- 하자마자 예약을 할 것이다. 간 김에 나도 진료를 받으려 했다. 대망의 명절 마지막날, 우리는 모두 딱 한번 남은 해열제와 진통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드디어 연휴 끝! 일어나 보니 우리 네 가족 모두 이상하게 몸이 가뿐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열이 나지 않았다. 나의 몸살기운은 사라졌고 남편도 두통이 많이 좋아졌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명절이 끝나자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안이 벙벙했다. 아팠던 경험들이 꿈같았다. 기분도 상쾌했다.


‘한국의 진정한 1월 1일인 명절도 끝났겠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새해 액땜인가?‘


아무래도 ‘액땜’이라는 신비체험을 한 것 같다는 강력한 추측으로 나의 억울함과 서운함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명절이라는 특별하고 귀한 기간에 힘듦을 겪었으니 적어도 2026년 상반기에는 우리 가족 모두 큰 아픔 없이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이번 신비체험만은 아주 고맙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기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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