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겁의 일주일

시간이 잘 안 가도 좋아

by 그유정

세 살 터울이지는 우리 아이들은 3월 3일부터 형님들이 된다. 이제 첫째 아이는 1학년 초등학생이 되고 둘째 아이는 유치원생이 된다.


그래서 아이들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2월 마지막주를 새 학기 준비기간으로 한 주 쉬어간다. 일종의 봄방학인 것 같다.


두 아이가 동시에 일주일을 쉬니 엄마로서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숨 고르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일주일도 부족한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이긴 하지만 시간을 흐르는 물처럼 생각하는 것이 나와 아이들에게 훨씬 이롭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스러워지지 못해 너무 긴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순수한 아이들은 별 생각이 없이 마냥 해맑다. 문제는 아마도 나다. 자꾸 아침마다 일어나면 아이들의 입학날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세어보게 된다.


열심히 아침밥을 먹는 첫째의 얼굴을 보며 과거를 떠올린다. 초등학교 1학년 첫날의 나는 가방에 한가득 교과서를 메고 스스로 집으로 갔다. 첫째는 어떻게 책들을 들고 교문을 나올까. 내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도와주면 되겠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둘째 선생님께서 오리엔테이션 때, 입학 첫 달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엄마 사진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걸고 다닌 아이도 있었다고 했다. 아이의 적응에 도움이 된다면 그래도 좋다고 했었는데, 엄마 껌딱지인 둘째의 목에 내 사진을 걸어줄까.


집안을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자꾸 뚫어지게 쳐다본다. 아, 입학 D-3일의 뒷모습이구나. 자꾸만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다 보니 요 일주일 시간이 참 안 간다. 시간이 안 간다는 말은 원래 그렇게 긍정적인 표현은 나에겐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는 느낌이 다르다. 시간이 안 가니 오히려 안심이 된다.


아이들 재워놓고 남편과 맥주 한잔 하며, 얼른 키워놓고 둘이 놀러 다니자고 매일같이 얘기했었다. 그런 내가 진짜 아이들이 점점 내 손을 떠나자 천천히 가는 시간이 고맙다.


내일은 D-1일이고 모래는 드디어 입학식이다. 내가 이렇게 긴장도가 높은 사람이었나, 손에 땀이 난다. D+1일부터는 아무렇지 않게 시간이 흐를 것이란 것을 안다. 아주 당연하게 말이다.


따뜻한 봄날에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학부모라는 새로운 역할도 괜찮은 것 같다. 세상의 푸릇푸릇한 변화와 함께 아이들도 나와 남편도 변한다. 세상이 변하니 우리 가족의 변화도 자연스러운 것 같다. 이래서 새 학기 시작이 새 계절이 시작되는 3월인가 보다.


첫째가 좋아하는 캐릭터인 포차코 인형 꽃다발도 입학식을 위해 준비했다. 둘째 유치원 준비물도 놓친 것이 없나 다시 살펴보았다. 이제 디데이만 기다리면 된다. 참 두근두근한 3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