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떨어지겠지만
몇 주 전 늦은 저녁,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집안을 신나게 돌아다니다 방문 모서리에 발목을 긁히고 말았다.
쓰리고 따가웠지만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었다. 적당히 약을 바르고 대충 밴드를 붙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밴드 한 장으로 해결될 상처가 아니었다. 아침이 되어서야 제대로 소독을 하고 다시 약을 발랐다.
발목의 상처는 생각보다 성가셨다. 딱지도 생기고 있는 중이었지만 딱 운동화가 건드리는 그 지점이라 걸을 때마다 아팠다.
일주일정도 아팠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상처의 존재를 또 일주일정도 잊고 살았다. 그리고 어젯밤 무심코 만진 발목에는 아주 두꺼운 딱지가 져있었다.
‘이 딱지, 과연 언젠가 떨어질까?‘ 궁금해질 정도였다. 아주 도돌도돌하고 딱딱한 딱지는 발목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기로 약속한 것처럼 찰싹 붙어있었다.
‘이렇게 엄청난 딱지가 생길 정도로 내가 다쳤던 걸까. 이 정도면 영원히 안 떨어질 것 같다.‘ 걱정되기도 하고 그냥 뜯어버리고(?) 싶기도 했다.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람 마음도 그런 것 같다.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심코 들여다본 마음에 엄청난 막이 씌어 있었다. 언제 이런 게 덮여있었지? 하고 떼어내려고 하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왠지 함부로 벗겨내면 안 될 것 같다.
무심하게 대했던 내 발목의 상처만큼 내 마음의 상처도 대수롭지 않게 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딱지는 엄청 두꺼웠고 마음의 막은 어디서부터 걷어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딱지가 온전히 떨어져야 완전히 나은 것이다. 막이 스르르 사라져야 진심은 밖으로 전해진다. 딱지는 ‘내가 있어야만 발목의 안전을 지킬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마음의 막은 ‘이걸 걷어내면 넌 정말 더 큰 상처를 받고 말 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딱지와 막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반대다. 딱지가 떨어지고 연한 새살이 돋아 주변의 살과 어우러질 때 진짜 다 나은 것이다. 마음도 막을 용기 있게 걷어내고 진심으로 움직여야 진짜 마음이다.
그리고 나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 발목과 마음의 상처를 소홀히 했다. 딱지와 막이 이제 좀 알아봐 달라고 얘기하기 전에 자세히 들여다봤었어야 하는데. 막연히 미안해진다.
그래도 큰 걱정은 하지 않으려 한다. 딱지는 아주 천천히 사라질 것이다. 마음의 막은 따뜻한 주변 사람들의 진심 어린 애정으로 서서히 걷힐 것이다.
글을 쓰다 괜히 발목의 딱지를 만져본다. 다행히 어제보다 작아진 듯하다. 오늘 행복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마음의 막이 얇아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