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이 잘 되는 팀의 보이지 않는 규칙
스물두 번째 이야기
– 협업이 잘 되는 팀의 보이지 않는 규칙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지금의 조직에 왔을 때, 솔직히 말해 나는 ‘업무분장만 잘하면 다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일하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한 명은 늘 지친 얼굴로 “괜찮아요”만 말하는 우울 모드,
한 명은 사소한 말에도 표정이 먼저 올라가는 분노 모드,
한 명은 “시키면 다 하는” 과도한 순응 모드에 가까웠다는 것을.
역할을 나누고,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해도 팀 안의 공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1) “업무 분장만 잘하면 될 줄 알았다”
처음에는 내가 틀린 줄 몰랐다.
이 업무는 A,
저 업무는 B,
나머지는 C,
이렇게 정리하면 될 줄 알았다. ‘일의 구조’를 맞추면 협업도 따라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회의가 끝날 때마다 한 사람은 더 굳어져 있고, 한 사람은 더 예민해져 있고, 한 사람은 “그냥 제가 할게요”라며 조용히 일을 떠안고 있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함께 일하는 법”은 조직도가 아니라, 팀이 매일 만들어 가는 공기 속에 숨어 있다는 걸.
2) 함께 일하는 팀에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다
연구들을 보면, 협업이 잘 되는 팀에는 공통점이 있다.
누가 얼마나 똑똑한 지보다, 어떻게 서로 대하고 반응하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이런 몇 가지가 눈에 띈다.
· 말을 해도 되는 분위기가 있다
실수, 어려움, 의견 차이를 말해도 바로 공격이나 비난이 돌아오지 않는다.
·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번 주는 이 이상은 어렵다” “이건 나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라는 말을 할 수 있다.
· 뒤에서가 아니라, 눈앞에서 이야기하는 습관이 있다
불만이 있어도 당사자 없는 자리에서만 쌓아두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어디에도 문서로 적혀 있지 않지만, 팀의 협업 수준을 정확하게 가르는 보이지 않는 규칙들이다.
3) ‘우울 모드·분노 모드·순응 모드’ 팀이 말해준 것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의 팀은 딱 이렇게 나뉘어 있었다.
· 우울 모드: 이미 여러 번 상처를 받아 “기대하지 않는 법”을 선택한 사람
· 분노 모드: 부당함을 느껴도 바꾸지 못한 시간이 길어 말보다 표정이 먼저 나가는 사람
· 순응 모드: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요”라는 말로 자신의 한계를 계속 넘는 사람
나는 이들을 놓고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짰다. 일감을 나누고, 기준을 만들고, 구글 시트를 정리했다.
하지만 협업은 좋아지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역할은 나눴지만, 서로에게 기대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차피 바뀌지 않을 거야.”
“내가 말해봤자 뭐가 달라져.”
“그냥 내가 더 하면 되지.”
이 세 문장이 우리 팀의 진짜 규칙이었다.
4) 자연스러운 이별 이후, 팀이 조금씩 달라졌던 과정
시간이 흘렀고, 몇몇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회사를 떠났다. 인원을 바로 충원하지 못해 우리는 줄어든 인원으로 일을 다시 나누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때 비로소 이런 대화를 시작했다.
“그냥 더 버티는 사람에게 일 몰아주지 말자.”
“이번 분기에는 이 업무를 내가, 다음 분기에는 네가 맡자.”
“힘들 때는 숨기지 말고 말하자.”
업무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지만, 일이 도는 방식이 달라졌다.
한 사람이 모든 걸 떠안기보다 “이 일은 우리 셋이 나눠서 하는 일”이라는 감각이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줄어든 후에야 우리는 진짜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상사와의 협업은 쉽지 않다.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이 모호한 상황에서 나는 때로 괴롭고, 그 사람도 아마 내 방식이 답답하고 불편할 것이다.
그럼에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나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은 무엇일까?”
5) ‘함께 일하는 법’은 완성형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가는 것
협업이 잘 되는 팀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맞는 사람들이 모인 팀이 아니다.
갈등을 피하지 않고, 조금씩 규칙을 조정해 본 팀이다.
내가 경험한 기준으로 말해보면,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는 팀에는 이런 약속들이 있다.
①서로의 일을 ‘당연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원래 네 일이잖아” 대신 “이 일의 범위를 같이 정하자”라고 말한다.
②말하지 않고 버티는 것을 미덕으로 삼지 않는다
힘든 사람일수록 먼저 다가가 묻는다.
“요즘 어때요?” “어디까지가 괜찮은지 같이 봐요.”
③등 돌려 말하지 않는다
불만과 의견은 당사자가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④실수와 시행착오를 ‘누구 탓’이 아니라 ‘우리의 학습’으로 본다
잘못을 찾기보다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해 볼까?”를 묻는다.
함께 일하는 법은 누군가가 정답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버티고, 부딪히고, 조정하면서 서로의 속도에 맞는 규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어렵게 협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 해내려고 애쓰고 있다. 이제는 ‘혼자 잘하는 법’이 아니라 ‘함께 버티는 법’을 같이 배워도 좋다.”
함께 일하는 법은, 결국 서로를 덜 소모시키는 법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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