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의 인사팀이 할 수 있는 것들

거대 기업 매뉴얼에 없는 전략

스물세 번째 이야기

<작은 회사의 인사팀이 할 수 있는 것들>

– 거대 기업 매뉴얼에 없는 전략


큰 회사에서 일할 때는 “이 정도는 시스템이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있다.


작은 회사로 오고 나서야 알았다.

그 ‘시스템’이라는 것들 대부분은 결국 누군가의 손과 머리와 마음으로 만들어진 결과였다는 걸.


그리고 그 일을, 지금은 우리가 하고 있다는 걸.


1) “여긴 너무 작은 회사라서요”라는 말 뒤에 숨은 진짜 가능성

중소기업 HRer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있다.


“우린 인원이 너무 적어서요.”

“대기업처럼 시스템을 만들긴 어렵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는 종종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체념이 같이 붙어 있다.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작은 회사의 HR은 대기업이 갖지 못한 세 가지 무기를 가진다.


· 조직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거리감

· 제도와 사람이 만나는 지점을 몸으로 경험하는 위치

· 의사결정과 실행 사이의 짧은 간격


이건 “너무 작은 회사라서” 생기는 한계이자, 동시에 “작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힘이다.


2) 큰 회사에서 배운 것, 작은 회사에서 보이는 것

나는 큰 조직과 작은 회사를 모두 경험했다.

큰 조직에서의 HR은 이미 만들어진 판 위에서 정교하게 조정하는 일에 가깝다.

평가제도, 보상체계, 승진 규정, 교육 체계… 틀은 이미 있고, 그 안에서 더 촘촘하게 다듬는다.


지금 내가 있는 작은 회사에서의 HR은 판 자체를 새로 그리는 일에 가깝다.

없던 규정을 처음 만들고, 흐릿한 기준에 선을 긋고, 제도와 실제를 맞춰가야 한다.

그래서 깨달았다.


· 큰 회사는 정교함을 가르쳐주고

· 작은 회사는 용기와 실험을 가르쳐준다


둘 다 필요한 경험이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HRer들은 아마 작은 회사에서 혼자 판을 짜야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3) 작은 회사의 HR이 진짜로 할 수 있는 일들

작은 회사의 HR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을 먼저 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경험적으로 느낀 “리소스가 적어도 효과가 큰 일” 몇 가지를 적어본다.


① 제도보다 ‘원칙’을 먼저 세운다

규정은 나중에라도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일관된 원칙이 없으면 매번 예외를 만들게 되고, 결국 신뢰를 잃는다.

· 예: “평가는 사람을 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장 방향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 예: “보상은 결과뿐 아니라, 회사의 철학과 연결된 기준 위에서 결정한다.”

한 줄짜리 원칙이 먼저 서야 그다음에 만드는 제도들이 흔들리지 않는다.


② 모든 걸 문서화하려 하지 말고, ‘설명 가능한 기준’을 만든다

작은 회사는 규정집이 얇다. 그래서 대신 설명 가능한 기준이 중요하다.

· 왜 이 사람의 연봉은 이렇게 책정됐는지

· 왜 이 팀의 인원이 이렇게 배치됐는지

· 왜 이 제도는 지금 도입이 어려운지

논리와 맥락을 말로, 글로, 반복해서 설명할 수 있는가가 작은 회사 HR의 신뢰 자산이다.


③ “작은 데이터”라도 꾸준히 모은다

대기업처럼 방대한 인사 데이터가 없더라도, 작은 회사는 질문 하나, 응답 몇 줄이 중요한 정보가 된다.

· 분기별 간단한 만족도 설문

· 퇴사 인터뷰에서 나온 핵심 키워드

· 연봉협상 과정에서 반복되는 불만 포인트


이런 것들을 엑셀 한 장, 노션 한 페이지에라도 모아두면 1년 뒤, 3년 뒤에 조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지도가 된다.


4) 작은 회사에서, HR이 ‘전략’이 되는 순간

예전에는 나도 이렇게 생각했다. “대기업에서 인사해봤어야 전략적 HR이지.”

하지만 지금 작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 전략은 회사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라는 것이다.


“올해 반드시 지켜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이 팀이 1년 뒤에 무너질 가능성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우리 회사만의 강점은 무엇이고, 그 강점을 제도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이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순간, 작은 회사의 HR은 단순한 관리 부서가 아니라 회사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가 된다.


그리고 이 지점을 깊이 이해하려면 큰 조직의 경험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

복잡한 평가·보상 체계를 직접 다뤄본 경험, 여러 부서 이해관계 속에서 의사결정을 조율해 본 기억, 제도 하나 바꾸는 것이 얼마나 많은 파장을 만드는지 지켜본 시간들.


이 시간들은 작은 회사를 위해 판을 그릴 때

“어디는 꼭 챙기고, 어디는 과감히 덜어낼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준다.


5) 작은 회사의 HR에게 건네고 싶은 말

작은 회사의 HR은 혼자 모든 것을 떠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채용도, 평가도, 보상도, 교육도, 노무 이슈도, 심지어 빌딩의 임대차 관리나 대표이사의 지시 업무들... 모두 내 자리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수록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이것이다.


“지금 내가 쌓는 작은 기준 하나가, 이 회사의 3년 뒤, 5년 뒤 문화를 만든다.”


대기업 매뉴얼에는 없는 전략이 있다. 그건 바로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이, 마음의 결을 이해하는 사람이, 조용히 쌓아 올린 작은 시도들이다.


작은 회사에서 HR로 살아가는 당신의 매일은 누군가의 인생에서 ‘나는 그 회사 다닐 때 사람답게 일했어’라고 기억될 수 있다. 그 기억을 만드는 일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작은 회사의 HR은 작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문화를 바꾸는 사람이다.



#HR #조직문화 #중소기업의 인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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