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시대, 부모 습관에 대해
책을 좋아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는
재능이나 성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두 아이를 키우며 내가 느낀 바로는 그렇다.
2020년,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세상은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코로나가 시작됐고, 외출은 조심스러웠으며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이를 안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 정도였다.
그때는 ‘책육아’라는 말조차 몰랐다.
무엇을 읽어줘야 할지도 몰라 나라에서 받은
북스타트 보드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 읽어주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단행본을 들였고,
시기에 맞춰 필요한 전집을 더했다.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집 안에 책이 계속 늘어났다.
첫째는 그렇게 책과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다.
반면 둘째는 조금 달랐다.
언니의 존재, 그리고 친정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나는 최소한의 육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책은 일상에서 한 발짝 멀어졌다.
피할 수 없었던 미디어 노출도 있었다.
첫째는 영어 채널만 유튜브 시청이 가능했지만,
그로 인해 둘째의 영상 노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둘째는 책보다 즉각적인 자극에 먼저 반응했다.
“왜 이 아이는 책을 안 보지?”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걸까?”
몇 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좋다는 방법들을
이것저것 시도해봤다.
하지만 모두 효과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애쓰는 것을 내려놓고 다시 돌아온 지점에서
아이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분명해진 게 있다.
아이의 독서는 노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책을 선택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
많은 부모들이 비슷한 질문을 한다.
“우리 아이는 왜 책을 안 읽을까요?”
“스스로 책을 찾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마트폰보다 책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정답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았다.
책을 ‘읽히는 방법’이 아니라,
책을 고르기 쉬운 일상을 만드는 것.
이 연재에서는 내가 실제로 두 아이를 키우며 시도했고,
결국 남기게 된 부모의 습관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완벽한 방법도, 이상적인 육아도 아니다.
다만 지금 당장 현실에서 가능한 선택들이다.
미디어보다 책을 먼저 집게 된 아이 뒤에는
부모의 아주 사소한 습관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