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지 않는 순간을 받아들이는 연습
아이는 책을 펼친다.
하지만 몇 장이 지나지 않아 몸이 움직이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책 밖으로 흘러간다.
그 순간 부모의 마음은 급해진다.
집중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
독서 습관이 아직 안 잡힌 걸까.
하지만 이 장면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아이가 보내는 아주 정상적인 신호일 수 있다.
많은 부모가
집중력을 아이의 성향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의 집중력은
컨디션, 감정, 난이도, 관심사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 번 달라진다.
독서 앞에서는 특히 그렇다.
조금만 버거워져도
집중력은 가장 먼저 무너진다.
아이가 집중하지 않는 이유는
읽기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힘들어졌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완독’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아이에게 오래 남는 건
페이지 수보다
책 앞에서 느낀 감정이다.
억지로 끝까지 읽은 책은
책을 멀리하게 만들고,
편안하게 덮은 책은
다음 책으로 이어진다.
나 역시 내가 감동한 책을
“한 번만 더 보자”며 붙잡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이야기 안에서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도서관에서는 반드시 선택권을 주었다.
아이가 고른 장르를 지켜보고,
그 관심을 조금씩 넓혀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아이가 책을 내려놓는 순간
부모는 자신을 돌아본다.
지금 멈추면 더 안 읽게 되진 않을까.
그 불안이 말투와 표정에 묻어날 때
아이는 책이 아니라
부모의 기대를 읽게 된다.
그래서 이 순간,
부모의 반응이 중요하다.
하지 말아야 할 말
“집중 좀 해.”
“조금만 더 읽자.”
대신 이렇게 말해도 괜찮다.
“오늘은 여기까지 읽을까?”
“지금은 좀 어려웠구나.”
아이에게 필요한 건
집중하라는 지시가 아니라
멈춰도 괜찮다는 허락이다.
아이와 화폐에 관한 책을 읽던 때였다.
늘 앞의 네 페이지만 보고
책을 덮길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몇 개월이나 흘렀을 무렵,
아이는 세계 문화에 관심을 가지며
스스로 그 책을 다시 펼쳤다.
이번엔 네 페이지를 넘어서 완독을 했다.
멈출 수 있었기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이가 집중하지 않을 때
우리는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왜 집중을 못 할까? 대신
지금 이 아이에게 뭐가 어려웠을까?
이 질문으로 바뀌는 순간
독서는 다시
아이의 속도로 흐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