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해 보일까 봐 숨겼던 아이의 질문

‘이상함’이라고 덮어두었던 호기심이 아이의 꿈이 되기까지

by 벨라콩

사실 우리 첫째 아이는
동생이 태어날 무렵, 그러니까 28~36개월 즈음부터
엄마 뱃속에 관한 이야기를 유난히 궁금해했다.


병원 책이라도 펼쳐지면
그 안에 산부인과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아이는 끝없는 질문을 쏟아냈다.
“아기는 여기서 자라?”
“왜 엄마 배는 점점 커져?”
“여기 이건 뭐야?”

그때 나는 솔직히 불편했다.


세 살도 안 된 아이가
왜 하필 ‘산부인과’와 ‘엄마 뱃속’을 이렇게 파고들까.
혹시 성에 대해 잘못된 관심을 갖는 건 아닐까.


참, 세 돌 된 아이를 두고
별 생각을 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엄마 뱃속’이 나오는 책과 미디어를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멀리했다.


나 스스로도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 채
그 주제는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해 버렸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이 질문이 계속 남아 있었다.
‘아이는 아직도 이 주제를 좋아할까?’


그래서 가끔, 아주 가끔
동생이 엄마 뱃속에 있었던 이야기,
아이를 낳으러 가던 날의 마음 같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책들만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었다.


그런데 그날,
아이는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정말 하루 종일
엄마 뱃속 이야기가 나오는 책만 보라고 해도
지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이건 호기심이 아니라
아이가 오래 붙잡고 있던 ‘관심’이라는 걸.


그래서 마음을 바꿨다.
숨기고 싶었던 이 주제를
아예 제대로 열어주기로 했다.

의외로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책은
아이용 책이 아니라
임산부들 사이에서 유명한
『임신·출산 대백과』 같은 책이었다.


아이는 그 책을 보고 또 보며 질문했다.

“왜 엄마 뱃속에 있는 게
점점 위로 올라가?”

아마 태아가 자라면서
엄마의 장기 위치가 변하는 그림을 본 것 같았다.


그 질문을 시작으로
태아의 성장 과정,
쌍둥이는 왜 생기는지,
왜 산모의 배가 점점 좁아지는지까지
아이는 스스로 연결해 나갔다.


그러다 보니
몸속 장기의 이름과 역할도
자연스럽게 외우게 되었다.


나는 그때부터
의도적으로 확장 독서를 해주기 시작했다.
‘몸속 탐험’, ‘인체 탐험’ 같은 책을 함께 보여주며
하나의 관심이
다른 지식으로 이어질 수 있게만
옆에서 열어주었다.


돌이켜보면
남들의 시선이 가장 불편했던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이상해 보일까 봐’,
‘괜히 오해받을까 봐’
아이의 관심을 조용히 덮어두고 싶었던 건
부모인 나였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자랐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내가 어디서 왔는지가 제일 궁금해.
그래서 지금도 엄마 뱃속 이야기가 좋아.”
“나중에 산부인과 수술 선생님이 되고 싶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알았다.


아이는 한 번도 이상했던 적이 없었다.
다만 내가, 아이의 깊이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뿐이었다.


아이의 관심은
빠르게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된다.
남들과 달라 보여도 괜찮다.
오래 붙잡고 있는 주제는
아이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그 관심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붙여주고
길을 넓혀주는 일이라는 걸
나는 그제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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