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독서를 마라톤으로 다시 배우게 된 이유
아이가 책을 오래 붙잡게 하고 싶다면
단기간에 바꿔줄 마법 같은 방법이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말처럼
밀고 당기기를 정말 잘해야 한다는 것.
그 균형이 무너지면
아이도, 부모도 먼저 지친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아침과 저녁,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쉬는 날이 생기면 아침을 먹자마자 도서관으로 향한다.
때로는 독립서점을 돌아다니며
혼자만의 작은 행복을 누리기도 한다.
책은 내 삶의 일부이다.
그런 나에게도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 시기가 찾아온다.
아침 일찍 아르바이트 시간이 앞당겨지고,
예상보다 늦게 퇴근하고,
하필 남편의 출장이 겹치는 날들이 이어질 때면
책을 읽기는커녕
엄마로서 책 표지를 볼 여유조차 사라진다.
예전의 나는 그게 불안했다.
‘나는 요즘 왜 책을 안 읽지?’
‘뭔가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닐까?’
책을 안 읽는 나 자신이 이상해 보였고,
괜히 조급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 지금은 몸이 쉬라는 신호구나.”
며칠은 현실에만 집중하고,
억지로 책을 들지 않았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숨이 고르면
다시 책에 손이 갔다.
그때의 독서는
더 깊고, 더 재미있고, 더 오래 남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집에는 그림책 번아웃이
꽤 강하게 왔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붙잡지 않기로 했다.
‘그래, 너희도 지금은
책 말고 더 재미있고 바쁜 무언가가 있겠지.’
앞서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붙잡아둔다고 책을 읽는 건 아니라는 걸.
그러자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엄마, 도서관 책 바꿔와야 해요.”
“전에 읽었던 그 책 있잖아요.”
아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또렷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책은 매일 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자리라는 걸.
마라톤에서 중요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속도가 아니라
멈췄을 때
다시 걸을 수 있는 호흡이다.
아이의 독서도 다르지 않다.
잠시 멈췄다고 실패가 되는 건 아니다.
아이의 손에서 책이 떨어지는 날,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다시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가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덜 불안해하고,
덜 재촉한다.
책을 읽지 않는 날에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의 독서는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보다
얼마나 편안하게
돌아올 수 있느냐에
더 가까운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