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아이들은 아직도 책을 고를까? (1)
이 브런치 글을 발행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왜 아직도 책을 고를까.
그리고 나는, 그동안 무엇을 꾸준히 해주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도서관이었다.
2025년 연말 결산을 해보니
우리 가족의 대여 권수는 1,011권.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가족회원으로 묶여 있어
한 번에 28권까지 빌릴 수 있었고,
도서관을 옮기면 또 다른 28권이 가능했다.
말 그대로, 우리 집은 자주 ‘책파티’가 열렸다.
가능하면 아이들과 함께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럴 땐 출근 전,
혼자 몇십 권의 책을 바리바리 싸 들고
차로 15분 거리의 시립도서관에 들렀다.
반납하고, 다시 빌리고, 또 돌아오는 일의 반복이었다.
정말 바쁠 때는
반납만 하고 돌아온 날도 있었고,
책을 고를 여유가 없어
무작위로 집어 든 책들을 안고 돌아온 적도 많았다.
반납일을 맞추기 위해
아이들을 태운 채 도망치듯 다녀온 저녁도 셀 수 없다.
그래도 평일에 하루라도 쉬는 날이 생기면
어린이 코너에 앉아
아이들이 좋아했던 주제,
집에 있는 책 중 유독 반복해서 보던 책을 떠올리며
천천히 책을 골랐다.
내가 골라온 책을
아이가 읽든, 읽지 않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중 단 한 권이라도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 책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 ‘한 번’을 경험한 뒤로
나는 지금까지도 같은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책육아에 한창 빠져 있을 때
주변 엄마들은 대부분
아이 독서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이런 말을 들었다.
“유별나다.”
“저렇게까지 해야 해?”
“보기에 좀 부담스럽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자
상황은 조금씩 바뀌었다.
“아이가 일곱 살인데 책을 아예 안 봐.”
“잠자리 독서라도 해보라는데, 그것도 안 돼.”
그때마다
예전에 들었던 말들이
조용히 떠올랐다.
유별났던 나의 행동 중 하나가
지금에서야
빛을 보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흔들렸던 나에게
늦은 보상을 받는 기분이기도 했다.
앞집 아주머니는
“그렇게 책 들고 다니다가 손목 나간다”라고 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외출할 때 책 한 권을 챙기고,
장거리 이동이 있으면
캐릭터 도감이라도 꼭 가방에 넣는 모습을 보며
“엄마가 헛수고한 건 아니었네”라고 말한다.
어느새 책은
특별한 교육 도구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나처럼 무리하게 책을 빌리라는 말이 아니다.
도서관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데려다 앉히라는 뜻도 아니다.
그저
“종이접기 책 한 권 빌려올까?”
“만화책 좋아하니까 이것도 한 번 볼까?”
이렇게 가볍게 시작해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도서관 분위기를 천천히 익히고,
표지만 보고 나오는 날도 있고,
지루해서 아무 책이나 집어 들었다가
의외의 감동을 만나는 날도 있다.
그 모든 과정이 쌓여
아이는 언젠가
스스로 책을 고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믿는다.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이유는
특별한 비법 때문이 아니라,
책이 늘 ‘곁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