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저 퇴사할게요."

나는 저렇게 살지 않아도 되겠다.

by 은이영


회사에는 이런 말이 있다.

"신입사원이 제 몫을 하려면 3년이 걸린다."

는 것이다.


회사는 비용을 들여

채용을 하고

업무를 가르치고

실수를 수습하고

시간과 애정 관심을 가지고 기다려준다.


적어도 이 3년은

회사에서 투자하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우리 팀에도

2년 전 들어온 신입이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제 슬슬 투자가 끝나고

회수가 시작될 시점이었다.


그동안

사수는 열과 성을 다하여

작은 부분까지 업무를 가르쳐주었고

틀린 것은 말없이 덮어줬으며

팀원들은

먼 거리의 결혼식장을

모두 참석해서 축하해 줬다.


그런데 지난주

25년 평가에 대한 면담을 하던 중

그 막내가 퇴사를 선언했다.


20대 후반의 그녀의 퇴사 이유는

이직도 전직도 아닌

가정주부를 해보려 한다는 것이었다.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기대했던

신입사원의 열정과 패기가 부족하길래

지레짐작은 하고 있었면서도

황당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그냥 다른 삶을 선택하고 싶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그에게는

굳이 더 열심히 할 이유가 없었다.


적당히 다니는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더 잘하려고 애쓰는 것은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회사에 들어오면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올라가고

조금 더 인정받는 것이

당연한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우고

버티고

더 일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 과정 자체가

굳이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열심히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테니까.


솔직히 말하면 여러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허탈하기도 하고

조금 얄밉기도 했다.


2년 동안 팀이 투자한 간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남겨진 사람들과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팀장이나 팀원을 보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저렇게 살지 않아도 되겠다"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열심과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미래란 것이

씁쓸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선택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원하는 삶의 방향은 다르니까.


어쩌면 우리는

같은 회사를 다녔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버틸 것이고

그는 떠날 것이다.


누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번 계기로

팀원들

회사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고

팀장인 나는

팀원을 바라보는 방식이

예전과는 달라질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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