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이 보고에서 진짜 듣고 싶은 말

"그래서 당신 생각은 뭔가요?"

by 은이영

신입 때부터 C레벨과 가까운 자리에서 일했다.

그들과 오래 일하다 보면

의외의 사실 하나를 알게 된다.


경영진이라고 해서

의사결정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나는 비서시절, 어느 순간부터 보고 방식을 바꿨다.

여러 경우의 수를 설명한 뒤, 바로 덧붙였다.

"이렇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때는 철없던 시절라 겁도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꽤 건방 말이었다.

내가 뭐라고 이래라저래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의외였다.

웃으며 돌아온 대답은

"그래. 시키는 대로 할게."


그때 깨달았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선택하는 것은

CEO라 할지라도 피곤한 일이란 것을.




사람들은 보고라는 것을

옵션을 잘 정리해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A안

B안

C안


각각의 장단점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올리면

이제 임원이 선택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보고받는 임원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당신 생각은 뭔가요?"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돕는 일은

옵션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근거 없는 결정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보고 받을 때

그들은 단순한 선택지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충분히 고민한

누군가의 판단을 원한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십시오."

보다는


"이 세 가지를 검토해 봤는데

저는 이 방향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말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결정의 내용은

보고 할 실무자가 제일 잘 아는 분야이다.

또한 정보도 맥락도 보고자가 제일 잘 안다.

충분히 고민한 끝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는 보고가 필요한 이유다.


물론 의사결정자가

결정을 대신 내려줄 사람을 찾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정할만한 판단을 가져오는 사람을

분명히 좋아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임원이 이 질문을 하는 것은

답을 모른다는 뜻이 아니다.


이미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생각을

누군가 먼저 말해주길 기다리기도 한다.


결정이라는 것은 언제나 책임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잘되면 당연한 것이 되고, 잘못되면 그 이름이 남는다.

그래서 경영진도,

사실은 혼자 결정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결정에 동의를 구한다.




보고할 때

옵션뿐 아니라 결론도 같이 준비하자.


지금 당신이 준비하는 보고서에는

당신의 생각이 있나요?


결정은 언제나

결론을 가져온 사람 곁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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