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팀장이 되는 비용

좋은 팀장에서 멀어지는 중입니다.

by 은이영

설날 연휴가 끝난 첫날 아침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며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팀원에게 톡이 왔다.


"팀장님, 몸이 안 좋아서 오늘 못 나갈 것 같습니다."


잠깐 멈췄다.


괜찮냐는 생각이 먼저였는지,

오늘 일정이 먼저였는지 잘 모르겠다.


예전의 나는

아프면 쉬어야지, 걱정해 주며

'' 쿠폰을 보내던 사람이었다.


지금의 나는

회의 일정과 마감자료,

누가 무엇을 대신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계산하는 사람이 되었다.


팀장이 된 지 만 2년

요즘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팀원에게 좋은 팀장이 되면

정말 "팀원"만 좋은 것은 아닐까.


위에서 일은 떨어지고

팀원이 야근하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하면

그 시간은 보통 팀장의 몫이 된다.


퇴근 시간이 지나자마자

팀원들은 하나 둘 인사를 하고 나간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가끔은 외치고 싶다.

난 계속 수고해야 하는 걸!


야근은 거의

나 혼자 한다.


팀원이 연차를 써도

팀원이 실수를 해도

설명하는 사람은 팀장이고,

조용히 정리하는 사람도 팀장이다.


나는 팀원들에게 최대한 잘해주려고 한다.

더 잘해보라고, 더 편하게 일해보라고,

환경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들어보려고.


그런데 가끔은

그 배려가 '당연한 것'이 되어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좋은 팀장이 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기본값처럼 여겨진다.


가끔 내가 화가 나 보일 때

팀원들은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면

현타가 오기도 한다.


연휴 뒤 첫날 아침,

팀원의 메시지를 보며

나는 걱정과 계산 사이에 서 있었다.


아픈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과

오늘을 굴릴 방법을 계산하는 마음.


그 사이에서

나는 팀장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나는

좋은 팀장으로 남고 싶다.


다만 가끔은 궁금해진다.


좋은 팀장이 되면

누가 나를 지켜주는 걸까.


또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2년이 더 지나면

나는 여전히

좋은 팀장으로 남고 싶을까.


아니면

덜 배려하고

더 냉정해진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까.


좋은 팀장이 되는 데는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을

나는 얼마나 더 지불할 수 있을지

요즘 가끔 계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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