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와 연봉이 쌓일수록 더 불안해지는 이유
창립기념일마다 10년, 20년, 30년 차
장기근속자들에게
상장과 포상금을 주면서 격려한다.
신입사원일 때
오랜 시간 회사 생활을 지속한 선배들을 보면서
경외감, 존경심을 느꼈다.
그때 당시는 장기근속자들이 꽤나 많았다.
가까운 선배들이 20년 30년 될 때는
후배들이 모여서 작은 파티를 열기도 하고
선물을 하기도 했다.
그냥 막연히 이런 문화가 계속될 것이라 여겼나 보다.
세상은 바뀌었다.
올해로 18년 차인 나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나 싶었는데
결승점이 눈앞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한 회사를 오래 다녔다는 것과
연차가 높다는 것은
더 이상 자긍심도 아니고
존경받을 부분은 더더욱 아니다.
연차가 높다는 것은
연봉이 높다는 것이고
인건비에 부담이 되는 사람이란 이야기다.
연말정산을 하면서
내 연봉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가 일한 것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해 보이지만
절대적인 숫자로 보면
결코 작지 않다.
자부심보다
좌절되는 부분은
회사를 떠날 시기는 다가오는 것 같은데
회사를 떠나서
이 금액을 벌 다른 방도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한다.
하나는
"이제는 나도 떠날 준비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
다른 하나는
"지금 이 자리를 내려놓을 만큼
나는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연봉이 높다는 것은
회사가 나를 쉽게 놓지 못하는 인재란 뜻이 아니다.
언제든 더 싼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뜻에 가깝다.
가끔은 이 불안을 모른 척하고 싶다.
하지만
회사는 높아진 연봉만큼
쓸모의 증명을 요구하고
이 질문에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동료들은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고 있다.
나는 회사에 오래 남아 있는 사람이지만
회사는 나를 오래 붙잡아야 할 이유가 점점 줄어든다.
결국 숫자 앞에서는
충성도도, 애정도, 추억도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연차는 쌓였고
연봉은 높아졌다.
회사에서의 나는
비싸진 사람이고,
회사 밖의 나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다.
회사 밖에서
나는 얼마짜리 사람일까.
이것이
정초 지나 출근하는
18년 차 회사원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