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충동
보호관찰관의 일과는 사무실 책상 위에서만 흐르지 않는다. 대상자가 찾아오는 출석 지도가 끝나면, 이제는 내가 그들의 삶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출장 지도가 시작된다.
아침 9시 정각
약속 장소인 아파트 입구의 낡은 정자에 도착한다. 8월의 공기는 아침부터 습기를 잔뜩 머금은 채 지면을 짓누르고 있다. 훅 끼쳐오는 지열에 숨이 턱 막힌다.
정자에는 이미 신석기가 앉아 있다.
멀대같이 큰 키에 꽉 마른 체격. 좁은 어깨를 구부정하게 숙인 채 담배 연기를 뱉어내는 저 청년을 우리 기관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다.
스물둘
이제 막 성인이 되었지만 그는 보호관찰소의 단골이다. 소년 시절부터 시작된 인연이 벌써 5년째다.
공연음란 7회
재범이 반복될 때마다 성폭력 치료 수강명령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지만, 법의 교화는 그의 기괴한 충동 앞에서 매번 무력하게 튕겨 나갔다.
내 목소리에 석기가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짧게 깎은 상고머리, 눈을 슬쩍슬쩍 찌르는 앞머리 사이로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제법 많다. 스물둘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푸석한 얼굴과 쌍꺼풀 없이 길게 찢어진 눈에는 생기가 없다.
그는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나왔다.
저렇게 내성적이고 무기력한 청년이 어떻게 대낮의 햇살 아래서 낯선 이들에게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노출하는 과감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일까. 그 모순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인간의 심연이 가진 기괴한 층위에 소름이 돋는다.
“일은 잘 다니고 있어요?”
“...네. 그냥 똑같아요.”
바람 소리에 묻힐 듯 가녀린 목소리.
나는 그 무기력한 대답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그의 일상을 파헤쳐야 한다. 단순히 ‘재범하지 마라’는 뻔한 훈계는 아무런 힘이 없다.
그에게 부과된 특별준수사항은 ‘매월 정기적으로 성충동 관련 정신과 진료를 받고, 전문의 처방에 따를 것’이다.
이 준수사항은 그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제어 장치이자, 내가 확인해야 할 법적 근거다. 그가 혼자 있는 시간, 그 텅 빈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이 기괴한 루프를 끊을 유일한 열쇠임을 알기 때문이다.
“석기 씨, 이번 달 병원은 다녀왔어요?
약은 거르지 않고 잘 먹고 있는 거죠?”
석기는 주머니에서 반으로 접힌 종이를 꺼낸다.
주머니 속 온기가 배어 있는 진료확인서다. 나는 그 종이를 넘겨받으며 석기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리고 흰 종이 위에 찍힌 병원 직인과 약 처방 기록을 확인한다.
법은 이렇게 문서로 그의 충동을 관리하려 하지만, 종이 한 장이 그의 심연을 다 가릴 수는 없다.
“석기 씨, 퇴근하고 집에 오면 주로 뭐 해요?”
나의 질문은 그의 일상이라는 견고한 벽에 던지는 작은 돌멩이다. 석기는 잠시 신발 끝을 내려다보다가 입술을 뗀다.
“...그냥, 누워 있어요. 폰 보고.”
예상했던 답변이다.
그의 공백은 늘 스마트폰의 빛으로 채워진다.
나는 그 공백의 위험성을 직감한다.
“종일 누워 있으면 몸이 더 처질 텐데. 차라리 그 시간에 밖에서 딱 20분만 걷다 들어오는 건 어때요?”
“귀찮은데... 꼭 해야 돼요?”
“강제는 아니에요.
다만 석기 씨가 퇴근 후에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 하나만 스스로 정해봤으면 좋겠어요.
운동이든, 다른 뭐든.”
나는 말을 멈추고 그의 반응을 기다린다.
그의 무기력한 일상에 파동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
이것은 재범을 막기 위해 내가 그의 일상에 설치하는 보이지 않는 가드레일이다.
“석기 씨가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해보고, 다음 출석 때 나한테 알려줄래요? 석기 씨가 직접 선택한 거라면, 내가 시키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 같은데.”
그의 뒤틀린 성적 충동은 대개 일상의 공백을 타고 흐른다. 무기력하게 고여있는 시간, 그 틈새를 비집고 올라오는 기괴한 욕망을 차단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 것.
비정상적인 경로로 흐르던 에너지를 억지로라도 건강한 방향으로 돌려놓는 것.
내 말에 석기는 여전히 신발 끝만 쳐다보다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매뉴얼 같은 답변을 뱉을 뿐이다.
“네... 운동 알아보겠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 안 만들겠습니다.”
일곱 번의 재범을 저지르는 동안 그는 아마 이 대답 역시 수십 번은 반복했을 것이다. 담배 연기에 섞여 나온 그 한마디가 정말 내 의도를 알아들은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수백 시간의 치료 강의와 매달 반복되는 정신과 처방도 막지 못한 욕망이 나의 이 짧은 대화로 정말 잠재워질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석기를 뒤로하고 차 문을 닫았다. 좁은 차 안으로 눅눅하고 더운 기운이 확 끼쳐온다. 에어컨을 강하게 틀었지만, 핸들을 잡은 손끝에는 끈적한 아쉬움이 남는다. 내 이야기가 그저 허공을 때리는 메아리처럼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마음은 여전히 정자에 홀로 남겨진 석기의 뒷모습에 머물러 있는데, 내비게이션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건조한 안내음을 뱉어낸다.
찝찝한 여운과 조급함이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 뒤섞인다. 나는 다시 변두리의 좁은 길을 빠져나와, 또 다른 삶의 좌표를 향해 엑셀을 밟는다.
닿지 못한 문장들이 백미러 너머에서 담배 연기처럼 흩어진다.
PS.
안녕하세요^^
저는 몹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답니다.
이번 화는 발행하고 계속 교정을 하고 있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너그럽게 봐주십시요♡
우리 곁의 불편한 이웃들에 대한 낯선 이야기입니다.
※모든 사례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철저히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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