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없이 하는 첫 이사
※ 2025년 9월에 쓴 글입니다.
다음 달 말에 있을 이사를 준비하다가 문득 돌아보니, 이번이 내 인생의 16번째 이사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다시 한국으로, 또 캐나다로,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참 대단한 역마살이 아닌가 싶다. 많은 이사를 해왔지만, 힘들거나 지겹다는 기억보다는 매번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설렘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런 걸 보면, 나와 아내는 새로운 환경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성격인 것 같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집은 2022년 초에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까지 살았던 캐나다 빅토리아의 집이다. 나와 아내의 결혼생활의 황금기 10년을 온전히 그 집에서 함께했다.
이사는 불필요한 짐을 정리하게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우리는 이사할 때마다 쓰지 않던 물건을 과감히 처분해 왔고, 그래서인지 짐이 많지 않다.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쌓아두기보다는, 필요할 때 다시 구해 쓰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괜히 버렸다” 하고 후회했던 기억은 거의 없다.
그 모든 이사를 아내와 함께했는데, 이번 이사는 아내 없는 첫 이사다. 며칠 동안 정보만 모으다가 오늘에서야 이삿짐 센터와 이사 청소 업체를 예약했다. 늘 내가 하던 일이긴 하지만, 세부적인 준비는 아내의 몫이었기에 앞으로의 과정이 은근히 걱정스럽다.
애초에 이사 예정일은 10월 30일이었다. 그런데 이사 견적을 받아보니 월말 손 없는 날이라 비용이 더 비싸단다. 이사할 집은 이미 9월 1일에 세입자가 나가 비어 있다. 잔금 문제 때문에 앞당기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이사할 집의 주인께 문의하니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덕분에 이사 날짜를 며칠 앞당겨 약 50만 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계약할 때 단 한 번 만났을 뿐인데, 다행히 내 인상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집주인의 너그러움이 고맙기만 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 4년 동안 살았던 이 동네와도 곧 작별이다. 성당, 식당, 찻집, 마트, 산책로, 헬스장, 도서관, 심지어 노래방까지... 지금 내 생활 반경 속 거의 모든 장소는 아내와 함께 했던 곳이다. “얼마 전에도 아내와 같이 왔었는데...”라는 생각이 스치면, 그녀의 부재가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오늘은 오랜만에 선영 포인트 (아내를 자연으로 보내준 장소)를 찾았다. 돌아오는 길에 들려온 버스킹 노래는 정훈희의 ‘꽃밭에서’. 아내가 가장 좋아하던 노래다. 노랫말이 바람에 실려 올 때, 마치 아내가 곁에 앉아 함께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삿짐을 꾸리며 또 한 번 아내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겠지만, 어쩌면 그 빈자리 속에서 그녀의 흔적을 더 선명히 발견할지도 모른다. 어디에 살든, 어떤 집이든, 아내는 나의 마음속에 따뜻하게 함께할 것이다. 오늘도 아내가 그립다.
#이사준비 #아내의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