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가 바뀌어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짜치는 일이 커리어가 될 때

by Jane


주인공의 장르가 바뀌어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Season 3, Episode 6.



드라마를 보다 보면 시즌이 바뀌면서 주인공의 직업이나 배경이 확 바뀌는 경우가 있다.

미드 <빅뱅이론>의 쉘든은 모태솔로에서 한 여자만 바라보는 사랑꾼이 되기도 했고, <그레이 아나토미>의 메레디스는 절친 크리스티나가 이직을하고 남편 데릭이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시애틀을 지켰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싶을때도 있지만,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고 해서 주인공의 성격과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냥 그건 정말 '사건' 이니까.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서 그 본질이 어떻게 빛나는지를 구경하는 게 시즌제의 묘미다.


나의 인생도 어느덧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지금 시즌이 3번째로 접어든 이유는, 내가 30대라서. 또한 커리어에 있어서 불안하고 아슬아슬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길로 잠시 접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15년 가까이 몸담았던 익숙한 리테일의 무대를 떠나 이름도 생소한 의료기기 업계의 세계로 들어왔을 때는 나는 내가 '시즌 1'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다시 신입사원이 되어버리게 만든 새로운 산업군과의 조우때문이리라.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지금은 시즌 1이 아니라 Season 3이 맞다. 앞선 시즌에서 배운 많은 역량들이 ㅡ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이라든지 짜치는 일의 가치를 아는 끈기가 ㅡ 내 등 뒤에 든든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본질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다. 변하는 것들은 말 그대로 나의 드라마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일 뿐.




주변 사람들은 다들 명확한 방향성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데, 나만 이것저것 관심사가 흩어져 있고, 일관된 패턴 없이 살아온 것 같아 불안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대학 시절 전공과 상관없는 연극 동아리 활동에 매진했고, 첫 직장은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였고, 두 번째 회사도 전혀 다른 산업군이었다. 취미는 힙합 공연 보러다니기.


이력서를 쓸 때마다 '이게 일관성이 있어 보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패턴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아직 하나의 틀에 갇히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운영도 해보고, HRD도 해보고, 영업도 해보았으니 나는 조직 내에서 부서 간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발돋움 할 수 있지 않을까? F&B 업계에서 의료기기업계로 넘어온 경험이 있다면? 나는 회사에 새로운 관점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한거다.



변화가 빠른 시대다. 10년 전엔 존재하지도 않던 직업들이 생겨나고, 안정적이라던 직업들이 사라진다.

심지어 3개월 전에는 AI로 불가능했던 것이 지금은 프롬프트 몇 줄이면 바로 뚝딱 결과물이 산출된다.



이런 환경에서 여러 가지를 해본 사람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
새로운 기회를 먼저 알아챔
한 가지가 막혔을 때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음




패턴이 없다는 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완성되지 않았다는 건, 어떤 모양으로든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내가 걸어온 길들이 자랑스럽다. 내가 원하는 대로 유연하게 점들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걸 잘 아니까.



"여러분의 점들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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