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상으로

by 강규리

퇴원 날짜가 정해진 뒤부터 나는 자주 계산을 했다. 며칠이 남았는지, 몇 번을 더 자면 되는지. 그 숫자를 세는 동안에도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워지지 않았다.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갈 수 있다고 하니 다른 감정들이 먼저 올라와서 나를 조였다. 괜찮을 수 있을까. 다시 돌아가도 될까. 여기서 멈춰 있던 시간들이 밖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병동에서는 하루가 단순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약을 먹고, 정해진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안에서 무너지지 않는 게 목표였다. 다시 선택해야 하고, 다시 버텨야 하고, 다시 나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 그 생각이 퇴원 날짜보다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자주, 조금만 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기서는 적어도 무너지지 않아도 됐으니까.


퇴원하는 날 아침,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깨어나 병동 거실에 앉아 데미안을 읽었다.

아침은 늘 하던 것처럼 시작됐고, 병동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움직였다. 간호사에게 마지막 확인을 받고, 서류에 서명을 하고, 소지품을 돌려받았다. 그동안 맡겨두었던 물건들이 손에 다시 쥐어졌다.


문 앞에 섰을 때, 이상하게 발이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의 시간은 분명히 멈춰 있었는데 그 멈춤이 나를 붙잡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가면 다시 흐르게 될 시간들. 그 속도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나는 확신할 수 없었고 두려웠다. 그러나 문은 열렸고, 조금 늦게 간호사를 따라나선다. 밖의 공기는 익숙했지만 나는 그 안에서 낯선 사람처럼 서 있었다. 이곳에서 배운 것은 꽤 많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괜찮아지는 방법도 몰랐고, 다시는 무너지지 않는 방법도 배우지 못했지만 무너진 상태로도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충분한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나갔다. 불안한 채로, 확신하지 못한 채로. 그대로.


퇴원하는 날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해야 하는 날에 가까웠다. 나는 그 시작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난 다시 책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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