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떠난 뒤에도 병동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나면 병동은 눈에 띄게 조용해진다.
같은 공간인데도 다르게 느껴진다. 침대는 그대로 있고, 테이블도 그대로. 프로그램도 똑같이 진행되는데 이상하게 빈 곳이 생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리들이 비어 있는 느낌. Y가 떠난 자리도 그랬다. 공허하고 우울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레 보이던 침대가 비어 있었고, 프로그램실에 가도 익숙한 얼굴이 하나 빠져 있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하루는 흘러갔지만, 그 빠진 자리는 계속 눈에 들어왔다. B가 앉던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보드게임을 하던 테이블, 퍼즐이 놓여 있던 자리. 누군가 대신 앉아 있어도 완전히 같은 자리는 아니었다.
병동에서는 사람이 금방 바뀐다. 누군가는 나가고, 누군가는 새로 들어온다. 그래서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 변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오래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금방 적응하려고 한다. 그래도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항상 시간이 남는다. 같이 웃었던 시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시간, 사소한 대화들. 그런 것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나는 가끔 그 자리에 앉아 보기도 했다. Y가 앉던 자리, B가 앉던 자리.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그때의 시간이 조금은 이어지는 것 같았다. 병동은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침이 오고, 약을 먹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저녁이 왔다. 달라진 건 하나였다. 나는 아직 여기 있었다는 것.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서,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으로. 나는 아직 이곳에 있고, 조금 더 머물러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
하루를 그대로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고, 약을 먹고, 프로그램실에 앉아 있고,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점점 조용해졌다. 예전처럼 급하게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는 압박도 조금씩 흐려졌다. 대신 다른 감각이 생겼다. '아직'이라는 단어였다. 나는 아직 여기 있었고, 아직 괜찮아지지 않았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직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끝나지 않았다는 건 아직 더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제자리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병동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지만 완전히 멈춰 있지는 않았다. 나는 그 안에 있었다. 나가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으로. 그렇게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