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죽어버렸다.

우리의 엔딩은 왜 모두 비자발적 소멸인가.

by 프록시마

AI 검색결과에 따르면, 1899년생이었던 엠마 모라노라는 분이 2017년에 사망한 것을 끝으로 현재 지구상에는 180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죽음은 자연의 이치인데 어찌 그대는 유난을 떠시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불로장생은 진시황 때도 꿈꾸던 것인데 그 지겨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AI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역노화나 영생에 관한 생각도 하게 되니까, 이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뭐 어떤 대단한 기술적, 생물학적 지식이 있다거나 대단한 예측을 하겠다는 건 아니기도 하다.


그 긴 시간 동안 ㅡ 생명이 태어나고 다시 소멸하는 그 순환이 이어지는 동안 ㅡ 우리의 엔딩은 안타깝게도 모두 비자발적 소멸이었다.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자발적 소멸과 부활은 볼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AI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생명공학의 발전을 바탕으로 과거 그 어느 때보다는 좀 더 영생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영원히 산다는 것은 좋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심지어 누군가는 영생이 가능해져도 삶을 완성하기 위해 죽음을 택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자면 나는 영생에 대해선 잘 모르겠으나, 지금보다는 훨씬 길게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기는 하다. 행복한 삶이란 또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조금은 곤란해지겠지만, 어쨌든 우주의 그 긴 역사와, 앞으로도 계속될 영겁에 가까운 시간에 비해 개인이 지구에 머무르다가 가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심지어 그 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은 삶을 필수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쓰여야 하는 시간이어서, 그래서 더 짧게, 덧없게 느껴진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블랙홀 이후 특이점을 지나면 그 이후의 양상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영생이 가능해진다거나 AI가 ASI 그 이상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인간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지금 시점에 논의하는 것은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세상을 논하는 것만큼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래도 원래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에 많은 것들은 상상에서 현실로 이어진 것처럼, 상상 혹은 망상을 해보는 것은 온전히 내 자유 아닌가?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을 살다 보면 종종 듣게 된다. 이 말의 진심 여부와 별개로, 그리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 논의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별개로,


나는 늙으면 젊어지고, 죽을 때가 되어도 죽기엔 이르다면 인생을 더 살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애초에 영원히 산다는 것이 좋은지는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다. 그건 또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거기까지 생각하기엔 내 상상력이 부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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