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어|사바이 사바이

PART 3. 보조 훈련

by 수련의기록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지내며, 스스로 선택한 날들을 기록합니다. 원하는 삶은 우연이 아니라, 실행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글이 독자에게 생각해 왔던 것을 한 번쯤 해볼 수 있는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치앙마이에 입국하기 한 달 전, 태국어 수업을 신청했다. 치앙마이대학교 어학당에서 영어 수업을 들을 방법을 찾다가 태국어 과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행히 11월에 시작하는 일정이 내가 머무는 기간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올 것 같았고, 수업을 함께 듣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태국어를 배우기로 했다. 아주 큰 각오가 있었던 건 아니다. 해볼 수 있을 때, 한 번쯤 해보자는 정도였다.


첫 수업을 기다리는 동안은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수업이 시작되고 한 시간이 지나자 생각이 달라졌다. ‘이걸 내가 할 수 있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성조가 다섯 개인 태국어 발음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기본 발음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영어 외의 외국어를 배웠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를 배우며 남성과 여성 명사 앞에서 좌절했던 순간, 대학교에서 일본어 수업을 들으며 단어와 한자를 외우다 결국 내려놓았던 때까지. 무엇보다 여행지에 와서 하루에 세 시간씩 교실에 앉아 있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15일 동안 수업을 들었던 치앙마이대학교 어학당. AOM선생님이 5개의 성조를 설명하고 있다




“환불이 안 된다고요?”
“네. 환불은 안돼요. 1년 안에 다시 와서 수강하실 수는 있어요.”


첫 수업이 끝난 쉬는 시간, 나는 곧장 1층 사무실로 내려가 환불이 가능한지 물었다. 한국에서는 강의 시작 후 일정 기간 안에 환불이 가능한 경우도 많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안타깝게도 여기는 그런 규정이 없고 1년 안에 다시 와서 수강할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 치앙마이에 한 달 이상 머무를 가능성도, 이 과정이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다시 올 일도 없었다. 잠깐 계산을 해본 뒤 방향을 바꿔 그냥 듣기로 했다. 단, 너무 잘하려는 마음,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는 마음은 내려놓기로 했다. 기본 회화만 익히고 수업을 함께 듣는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마음을 정하니 수업은 생각보다 부드럽게 흘러갔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AOM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었다. 선생님은 수업이 시작되면 늘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책을 덮고 나를 보고 따라하세요. 필기는 하지 않아도 돼요." 언어는 눈으로 보고, 입으로 따라 하고, 몸으로 움직일 때 가장 오래 남는다고 덧붙였다. 단어를 설명할 때도 손과 몸을 먼저 움직였고, 우리는 그대로 따라 했다. 덥다를 배우면 손을 부채질을 했고, 예쁘다는 말을 배우면 머리를 쓸어 넘겼다. 나는 원래 쓰면서 외우는 편이지만, 그 날은 행동만 따라 했을 뿐인데도 배운 단어와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지금도 '꿍' 하면 손이 먼저 머리위로 올라간다. 새우를 배우며 따라했던 동작 덕분에, 똠얌꿍에서 꿍이 뜻하는 말을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다.





어학당 1층에 있는 카페와 편의점. 중국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다. 가장 유용했던 기초회화 문장들





첫날 배운 문장은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였다. 태국어로는 "쿤 츠 아라이카?"라고 한다. 쿤은 당신, 츠는 이름, 아라이카는 무엇입니까를 말한다. 나는 이 문장을 내가 가는 모든 음식점과 마트, 카페에서 사용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름을 물었고, 그 한마디로 대화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업이 이어질수록 몇 가지 문장을 묶어 나만의 패턴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 치앙마이대학교에서 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말,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 맛있다는 표현, 가격을 묻는 질문, 화장실 위치를 묻는 말, 그리고 감사 인사까지. 가장 자주 마주칠 상황들만 골라 외우고 반복해서 사용했다. 익숙해질수록 그 패턴은 조금씩 늘어났다. 한국에서도 외국인이 한국어로 말을 걸면 괜히 더 반갑게 느껴지는 것처럼, 태국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수업에서 배운 태국어는 빠르게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서점에서 만난 사오완니 사장님. 베트남 승려인 틱낫한의 How to Listen을 추천해주셨다. 게스트하우스에 놀러갈 예정이다 : )




어느 날 님만해민 근처의 서점에 들렀다. 한국에 돌아갈 때 읽을 작고 얇은 영어 책을 찾고 있었다. 준비해 둔 태국어 문장으로 말을 걸자, 가게 주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태국어를 배우게 되었는지 물었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녀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현지 스타일의 조식을 제공하는 꽤 큰 숙소였다. 삼십 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대화였지만, 덕분에 다시 돌아와 보고 싶은 장소 하나가 생겼다. 태국어를 조금만 했을 뿐인데, 새로운 인연이 하나 더해졌다.





로이끄라통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들. 바나나 나무줄기로 배를 만들고 소원을 빌며 물에 띄운다. 핑강 강물에 띄워 보내려고 나온 사람들





11월 초에는 로이끄라통 축제가 열렸다. 로이끄라통은 바나나 나무줄기나 대나무로 작은 배모양을 만들어 소원을 빌면서 강물에 띄워 보내는 축제다. 치앙마이에서는 가장 상징적인 축제 중 하나여서 수업 시간에 로이끄라통과 관련된 노래를 다 같이 불렀다. 가사로 단어를 공부했고 둥글게 모여 손을 흔들며 춤도 배웠다. AOM 선생님의 뒤를 따라 열심히 춤을 추었는데, 그날 저녁에 핑강 근처를 걷다가 수업 시간에 배운 노래가 흘러나오는 걸 발견했다. 음악이 나오는 음식점을 지나치면서 나도 모르게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다른 언어를 말한다는 것은 두 번째 영혼을 갖는 일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태국어를 배우며 나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언어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그 나라만의 특유한 문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에 ‘빨리빨리’가 있다면, 치앙마이에는 ‘사바이사바이’가 있다. 사바이사바이는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라는 말이다. 여유를 찾아 사람들이 이 도시로 오는 이유도, 어쩌면 이 말 하나에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첫날 수업료를 환불받았다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짧은 시간에 유창한 태국어를 하게 된 건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언어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한 번쯤 배워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짧은 문장 하나로도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 대화는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두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언어를 통해 치앙마이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도 바빠질 때마다, 서두를 때마다 이 말을 떠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바이사바이."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치앙마이 대학교 어학당 : 태국어 스피킹 15일 과정


위치:


사이트:


비용: 15일 (3주) 9,000바트

시간: 오후 1시~4시 (월~금)

선생님 : AOM

- 6~8명 소수 인원, 선생님의 뛰어난 티칭 능력, 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상승, 기본적인 대화 가능!



내가 사용한 기본 태국어 대화 패턴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케이트 마작 프락텟 가오리카 - 한국을 가오리라고 한다)

치앙마이대학교에서 태국어를 배우고 있어요. (케이트 리안 풋 파사 타이 티 머처)

만나서 반가워요.(인디 티 다이 루짝)

맛있어요.(아로이 막막 - 막막은 매우라는 의미이다)

얼마입니까? (이밧카?)

화장실이 어디인가요? (홍남 유티나이카?)

겁쿤카(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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