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소비 역설에 빠진 우리에게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던 초창기 일이었다. 주말을 맞아 집 안 분위기를 바꿔볼 생각에 ‘미니멀 인테리어’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다. 피드에는 빛이 잘 드는 하얀 공간, 간결한 가구, 라벨링 된 수납장들이 끝도 없이 올라왔다. 순간 마음이 요동쳤다. "그래,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그 길로 오래 쓰던 못생긴 소파를 내놓고, 말끔하고 '미니멀하게 보이는' 흰색 소파를 주문했다. 며칠 후, 집 안은 분명 깔끔해졌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이전보다 자주 청소를 하게 됐고, 앉을 때마다 조심해야 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불편했다. 기능엔 이상이 없던 의자를 왜 굳이 버렸을까? 나는 정말 ‘비운’ 걸까? 아니면 ‘꾸미기 위해 치운’ 걸까? 그날 이후, 나는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다시 보게 됐다. 비우는 척하면서 계속 채우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 SNS는 ‘비움의 미학’으로 가득하다. #미니멀라이프, #비움챌린지 같은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 속엔 흰 접시, 우드톤 선반, 정리정돈된 욕실과 주방이 잔뜩 등장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이 ‘미니멀’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새로 뭔가를 사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납박스를 사고, 통일된 식기를 사고, 기존 물건을 버리고 라벨링 된 새 제품을 들인다. 결국 ‘비우기 위해 산다.’ 우리는 지금 소비를 줄이려는 것이 아니라, 소비의 방식만 바꾸고 있는 건 아닐까? 절제와 절약이라는 본래의 미니멀리즘이, 어느새 ‘미니멀처럼 보이기’로 바뀌어버린 시대. 말끔한 인스타그램 속 방은 실은 고도로 연출된 하나의 소비 장면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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