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우리 엄마는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가르쳤다.
한 번은 마트에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에는 좀도둑이 유행할 때였는데, 북적이는 채소 코너에서 한 남자가 어느 아주머니의 가방에 손을 넣는 것을 봤다. 어린 나는 엄마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엄마! 어떤 아저씨가 저 아줌마 가방에 손을 쑥 집어넣었어. 도둑인가 봐."
"무슨 도둑이야, 네가 잘못 본 거겠지. 아닐 거야."
엄마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곤 할인하는 채소를 고르는데, 행여나 엄마가 소매치기를 당할까 봐 옆에서 망을 보면서 마음을 졸였다.
며칠이 지나서, 엄마와 함께 근처에 사는 친한 아줌마 집에 갔다.
그곳에서 엄마는 아줌마랑 수다를 떨면서 그때 그 마트 이야기를 꺼냈다.
"아니, 있잖아. 얼마 전에 마트에 갔는데 우리 애가 자꾸 도둑을 본 것 같다는 거야."
"어머 어머, 그럼 신고해야지. 요즘 좀도둑 많다고 하던데, 신고 안 했어?
마트 직원한테도 얘기 안 했고?"
그 아줌마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신고할 걸 그랬나?”
엄마는 나랑 집에 돌아오면서 고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뒤늦게 내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이후에도 무슨 얘기를 할 때마다 엄마는 내 생각을 부정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학교생활이며, 친구 관계며, 성인이 된 직후에 직장에서의 일이며 전부 그랬다.
새로 등록한 학원이 너무 안 맞았을 때도, 스스로를 부정하는 습관 때문에 쉽게 그만둘 수가 없었다.
이럴 때 엄마라면 나한테 뭐라고 이야기할까를 먼저 생각했다.
'수업을 한두 번 들어보고는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없어.
이건 내가 공부가 하기 싫어서 학원이 다니기 싫어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걸 거야.'
자신의 느낌을 믿고, 얼른 학원을 끊거나 옮기는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나는 스스로를 늘 의심했다.
한참 수업을 듣고 나서야 강의 질도 낮고, 학습 수준과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학원비를 환불받기에는 늦은 뒤였다.
졸업을 하고 처음 일을 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의 관리자들은 시시때때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시비를 걸었고, 이상한 모욕을 하거나 조롱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엄마에게 그 얘기를 했을 때, 엄마는 내 편을 들어주지 않고 사실을 부정했다.
"안 힘든 회사가 있는 줄 알아?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엄마의 그 말에 내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 어떤 힘든 일이 있고, 어려움이 있어도 무조건 버티는 게 맞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를 틀어서 이후에도 힘든 일이 생기고,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스스로를 의심하며 버텼다.
설령 내가 당한 일들이 불법이거나 비윤리적인 일이어도 나는 계속 참고, 참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오히려 버텨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