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면 된다

by 김이성


면접을 봤다.

수술을 하고 회복을 하는 중에도 계속 이력서를 쓰고 고쳤다.

다시 사회로 발을 내딛고 싶었고, 내가 노력하면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에서 취업의 끈을 단단히 붙잡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말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날에도 합격의 열쇠는 떨어지지 않았고, 시베리아 벌판에 난 유일한 탈출구는 굳게 잠겨 있었다.

얼어버린 문을 쾅쾅 두드려 보아도 안에서는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결혼 계획은 있나요?"


"나이가 정확하게 몇 살이에요?"


"군대는 어디로 다녀왔죠?"


갖가지 질문이 쏟아졌다.

그들의 취조에 모든 것을 답하는 동안 나의 마음은 너덜너덜 헐어버렸다.

다시 한 발을 내딛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지원해 보기도 했는데, 이 나이에 왜 계약직을 하냐는 잔소리와 궁금증이 뒤섞인 조언 따위가 돌아왔다.


잠긴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한 번은 나름 상향 지원한 곳에서 서류 합격 통보를 받았고, 들뜬 마음으로 면접에 참석했다. 질문도 철저하게 준비해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들은 답변은 나를 다소 당황하게 만들었다.


"저희가 원하는 직종에서 근무하시지 않았네요."


다대다 면접.

초반부터 나는 숫자를 채우는 들러리 취급을 당했고, 도대체 왜 면접장까지 부른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걸음마를 연습하는 아기도 아닌데, 단지 다시 일어서고 싶었을 뿐인데, 이 사회는 자꾸만 나를 밀쳐 넘어뜨렸다.

처음 한두 번은 괜찮았지만, 실패가 반복될수록 몸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턴 나도 모르게 어깨를 펴고,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힘들어졌다.


'이렇게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거구나.'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 숨고 싶어졌다.

때로는 차가운 마룻바닥에 혼자 앉아 헛웃음을 터뜨릴 때도 있었다.

차라리 울고 싶었다.

마음껏 울고, 눈물을 뽑아내고 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아직 달릴 힘은 남아있다 Photo by Pexels


아직 폐차하기에는 이른 중고차.

달릴 힘이 더 남아 있는 것인지 다시 내 인생에 시동을 걸고 싶어졌다.

그리고 황량한 서부의 벌판일지라도 어디라도 향하고 싶은 욕구가 조심스레 차올랐다.


그렇게 살얼음 같은 취업난 속에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는 방법을 스스로 배워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