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어떻게 공간이 되는가 ②

일본 · 공간은 어떻게 사람을 머물게 하는가

by Mansongyee



메구로강 옆의 스타벅스에서

나는 브랜드가 공간이 되는 방식을 보았다.


그리고 또 다른 공간에서는

사람이 머무는 방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게 되었다.


도쿄 다이칸야마에는
조금 특별한 서점이 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代官山 蔦屋書店 / Daikanyama Tsutaya Books)


단지 전체를 부르는 이름은

Daikanyama T-Site


처음 이곳에 들어서면
'서점'이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여기는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서점은 책을 장르로 나누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책과 사물들을 함께 엮어낸다.


요리, 여행, 음악, 디자인 같은

하나의 문화적 흐름 안에서

책은 다른 책과 나란히 놓이고,

관련된 오브제와 함께 하나의 장면을 만든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책을 찾는다기보다

어떤 삶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장면을 만드는 방식이

바로 ‘큐레이션’이다.


깊은 이해를 가진 컨시어지가

자신의 안목으로 매대를 구성하고,

그 선택은 하나의 제안이 된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 묻기 전에

어떤 취향으로 살아갈지

조용히 건네는 방식.


그래서 이곳에서는

검색으로 찾은 책 보다

미처 알지 못했던 취향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이 서점은

정보를 정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과 취향을

천천히 확장시키는 공간이다.


건물은

세 개의 동이 연결된 구조로 되어 있다.


밝은 외벽 위로
작은 T 모양 패턴이 반복되고,
멀리서 보면
하나의 조용한 질감처럼 보인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바라보게 되는 건물이다.


이곳에서 흥미로운 점은

스타벅스와 서점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다른 공간 안에 들어와 있는 모습은 이미 익숙하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들어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시작된 공간이다.


서점과 카페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간으로 이어져 있다.


커피를 들고
책 사이를 천천히 걷는다.


누군가는
의자에 앉아 한참 책을 읽고,

누군가는
잡지를 넘기다가 그대로 시간을 보낸다.


직원이
서둘러 책을 정리하지도 않는다.


이곳에서는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허락된다.


조용한 책 냄새와
따뜻한 커피 향이
공기 속에서 천천히 섞인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좋은 공간이란
사람을 붙잡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이라는 것을.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 사이에서
시간이 조금 느려진다.


커피는 마시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날

그곳에서

공간이 사람을 머물게 하는 방법을 보았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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