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를 쓰게 했다 ①

한국 · 노래를 꿈꾸던 엄마, 글을 쓰게 된 나

by Mansongyee



나는

글 쓰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글을 쓰면 가슴이 뛴다.


엄마는

고등학교 시절 노래를 잘했다.

음악 선생님은 성악과를 권했지만

동생이 여섯이나 되는 맏딸이었던 엄마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평생을 현모양처로 살았다.


작년,

엄마 곁에서 한 달을 보낼 때였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엄마를 보고 있었다.


심심해하실까 싶어 유튜브로

트롯과 가곡을 틀어 드렸다.


그때였다.

엄마의 얼굴이 빛났다.

나는 그 표정을 처음 보았다.


음악이 엄마를 깨운 것인지,

엄마 안에 남아 있던 음악이 다시 깨어난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물었다.

“엄마, 다음 생에 태어나면 뭐 할 거야?”


엄마는 말했다.

“노래 부를 거다.”


노안경 없이 스마트폰 가사를 따라 부르던 그 시간,

그때의 엄마는 가장 또렷했다.

나는 놀랐다.


캐나다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이 스쳤다.

노래를 만들어야겠다.

엄마를 위해.


나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지만

오랫동안 접어 두고 있었다.


그것이

조용히 다시 고개를 들었다.


피아노 앞에 앉았다.

화성을 다시 들여다보고 코드를 짚어 보았다.

오선지 위에 흥얼거림을 적어 내려갔다.

곡은 더디었지만

가사는 먼저 흘러나왔다.


그때 알았다.

이 나이까지 쌓인 삶이

글로 나오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음악은 쉽지 않았다.

그때

AI가 음악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사를 넣고 몇 번을 누르자

노래가 완성되었다.


너무 쉬웠다.

밤새 곡을 만들었다.

신이 났다.


그러다 문득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멈췄다.

남은 것은 가사였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쓰고 있었다.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삶이 흘러갔다.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나는 음악을 떠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음악은 나에게 말한다.

너는 나를 떠났지만

나는 너를 떠난 적이 없다고.


엄마가 나를 쓰게 했다.

엄마는 나에게 또 하나의 호흡을

불어넣은 사람이다.


멀리 있는 딸,

필요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 딸이지만

엄마는

기억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끝까지 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무언가를 보면

느끼고,

그 느낌으로 글을 쓴다.


그 일이

나는 이상하게도 좋다.



나는 이제,

들리지 않던 노래를

글로 이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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