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반데기

by 웅토닌
9_ah1Ud018svcgf2ab19khof7_qj5d0d.jpg?type=e1920_std 암반데기 Photo by 안인 권혁준

암반데기 &. 부얶데기

- 웅토닌


암반데기는 해발 1,100미터,

돌이 많아도 “도전”이라 불린다.


부엌데기는 해발 0미터,

일이 많아도 “그냥 일상”이라 불린다.


암반데기에서는 힘들다 말하면

사람들이 이유를 묻고,


부엌데기에서는 힘들다 말하면

사람들이 눈치를 준다.


암반데기는 선택한 자리라 하고,

부엌데기는 당연히 맡은 자리라 한다.


암반데기는 떠날 수 있다는 전제가 있고,

부엌데기는 비워두면 문제가 된다.


암반데기에서는사람이 자연과 싸우고,

부엌데기에서는 사람이 역할과 싸운다.


암반데기는 고생하면 서사가 되고,

부엌데기에는 기록이 안되는 의무만 반복된다.


한쪽은 내려오는 길이 있고,

다른 한쪽은내려오면 욕을 먹는다.


암반데기는 지명이고, 부엌데기는 상태다.

그리고 상태는 지명보다 빠져나오기 어렵다.

a_6h1Ud018svc1qzsxqsm1koji_qj5d0d.jpg?type=e1920_std 암반데기 Photo by 안인 권혁준
a_9h1Ud018svc18jxypq8b659e_qj5d0d.jpg?type=e1920_std 암반데기 Photo by 안인 권혁준

註) 안반데기

‘안반데기’는 강원도 고산지대에 분포한 농경지 지명으로,

‘안반(案盤: 넓고 평평한 판)’과 ‘데기/대기(방언: 평평하게 다져진 터)’의 합성어이다.

‘데기’는 강원·영동 방언권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지형·공간 지시어로, 자연 상태의 평면이 아니라 사람의 노동을 통해 형성된 생활 터를 의미한다.

a_eh1Ud018svc1e0e3rt23l0gp_qj5d0d.jpg?type=e1920_std 암반데기 Photo by 안인 권혁준

註) 부엌데기

‘부엌데기’는 공식 지명이 아닌 생활어적 표현으로,

‘부엌’과 ‘데기/대기(방언: 다져진 터, 고정된 자리)’의 결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표현은 특정 공간을 가리키기보다, 가사·돌봄 노동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생활 역할의 고정 상태를 지칭하는 말로 기능한다.

9_gh1Ud018svcx9helpk9s33q_qj5d0d.jpg?type=e1920_std 안반데기 Photo by 안인 권혁준

한국의 가족사·민속적 맥락에서 부엌은 전통적으로 어머니 혹은 며느리의 몫으로 배치되어 왔으며, 이 공간에서 수행된 노동은 생계 유지에 필수적이었음에도 개인 성취나 공로로 명명되기보다 ‘도리’, ‘책임’, ‘당연함’의 언어로 처리되어 왔다. 이에 따라 ‘부엌데기’는 어머니 혹은 며느리라는 개인을 지칭한다기보다, 그들에게 역할로 부여된 자리, 즉 노동의 주체가 이름 대신 관계로 호명되고 고생이 서사로 전환되지 않는 상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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