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에 대한 기억

by 승현

다음 버스까지 시간이 상당히 남아있어, 즉흥적으로 근처에 있는 롯데리아에 들른 적이 있다.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간 건 삼 년 정도 만인 것 같다. 그 정도로 난 외식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은 급히 점심을 해결해야 했고, 근처에 롯데리아가 있었으며, 난 그곳에 들어간 걸 나중에 후회했다.

도시치곤 다소 협소한 매장의 입구는 통유리로 되어있었다. 채광이 들어온다고 생각했는지 계산대 쪽 불을 다 꺼놨었는데, 실제론 채광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흡사 장사 준비 중인 가게에 잘못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최근의 패스트푸드점이 다들 이렇다는 걸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본 광경은 처참했다. 주문대에 직원은 보이지도 않고 입구 근처에 주문용 기계인 키오스크 두 대가 좁디좁은 계산대 앞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었다. 작동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 그 기계는, 차라리 내가 주방에 쳐들어가 햄버거를 약탈하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느려터졌었다. 그리고 뭘 하나 누를 때마다 이런 음료는 어떠냐, 아이스크림을 추가하겠냐 따위의 정말 관심도 없는 광고를 내보내어 날 상당히 짜증 나게 만들었다. 옆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던 나이가 나보다 많아 보이는 여성이 쩔쩔매는 걸 보니 아마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을게 눈에 선했다.

나는 영겁의 시간을 들여 햄버거 하나와 감자튀김, 콜라 세트를 주문했고 이윽고 내 음식이 만들어졌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여직원은 무심한 듯 세트 메뉴가 담긴 쟁반을 나에게 건네줬다.
쟁반엔 내 주먹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의 햄버거와, 탈모가 극심하게 진행된 아저씨처럼 숱이 없는 감자튀김이 있었다.
콜라 컵은 비어있는 채로 뒤집어져 있었고 직원은 옆을 가리키며 직접 따라 마시면 된다고 알려줬다.
나는 김빠진 콜라 같은 마음으로 콜라 디스펜서에 걸어갔다.
컵을 들이대자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콜라에 적잖이 당황했다.
이런 것에 나 같은 일반 손님은 익숙하지 않다. 역시나 컵의 절반이 거품으로만 가득 차버렸다. 거품이 가라앉으면 나머지를 채우려고 했지만 마치 영원 같은 그 시간 속에서 내 뒷사람을 세워둘 만큼 난 강심장이 아니었다.

어릴 때는 패스트푸드점에 가는 게 기대되는 일이었다. 밝고 빨갛고 반질거리는 의자에 푹 기대어 푸짐한 세트메뉴를 친구들과 나눠먹었다. 온 동네 전구를 다 가지고 온 것처럼 매장 안은 태양처럼 반짝였다. 그곳은 즐거울 때를 위한 외식장소였고 다시 올 가치가 있는 장소였다.

난 모든 것이 얼빠진 쟁반을 들고, 채광이 어설프게 들어오는 홀에서 양배추 조각 따위가 널브러져 있는 테이블에 적당히 앉았다.
맛있던 과거를 떠올리며 내 세트메뉴를 보니, 가본 적도 없는 미국 교도소 같은 곳이 아마 이런 식으로 배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외식이 아닌 배급이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차가운 유리판에 주문을 하고, 돈을 지불해도 나에게 서비스는 일절 해주지 않는다.
난 아직도 롯데리아를 볼 때마다 어두운 공간에서 숨죽인 채 햄버거를 씹어 먹는 표정 없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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