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 소꿉놀이

침입적인 단편

by 승현

이십 년쯤 정도일까, 그녀와 내가 친하게 지내는 것은.
이른바 소꿉친구라는 것인데, 어릴 때부터 소꿉놀이를 하며 매일같이 둘이 꼭 붙어 지냈었다.

"그러고 보니 소꿉놀이를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더라."
"뭐, 이 나이가 되면 그런 건 안 하게 되니까."
"기억났다. 여름 이엇어. 어른들이 여름엔 꼭 보양식이라는 거 따라 한다고 주방에서 가장 큰 냄비 꺼냈던 거 기억해?"
"그래... 그랬었지. 플라스틱 장난감은 그렇게 큰 게 없어서 엄마 몰래 주방에 들어갔지."
"둘이서 그 무거운 냄비 들고 물 받아서 가스에 올리고. 너 그때 완전 땀 범벅이었어."
"맞아, 그것 때문에 너무 힘을 써서 완전히 지쳤었지."
"응. 그래서 내가 보양식 진하게 하나 해줬잖아"
"어... 그랬나?"
"기억 안 나? 그때 그 큰 냄비가 딱 들어가기 좋은 크기라서... 내가 들어가고 네가 뚜껑 덮어줬던 거."
"....."
"물이 펄펄 끓는데도, 난 네가 맛있게 먹어줬으면 해서 내가 얼마나 꾹 참았는지..."
"맞아... 기억나."
"한 시간 정도 지났나? 아주 뼈까지 푹 익어서, 너도 참 얼마나 배고팠으면 남김없이 다 먹었잖아."
"응... 벌써 십 년도 더 된 이야기네..."
"어땠어? 맛있었어 그때?"
"아마 그랬을걸,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너랑 이렇게 이야기하지도 못했을 테니까."
"그렇지? 근데 아쉽네, 이제 냄비에 들어가는 크기가 아니게 돼버려서. 너도 이렇게 크게 자라버리다니..."
"....."
"치사해... 나도 먹고 싶었는데..."

이승의 것을 보고 있지 않은 듯한 그녀의 눈을 보며 나는 살짝 공포에 질렸다.
분명 그때 큰 냄비를 통째로 다 비웠을 텐데. 나는 아직도 그녀를 소화시키지 못한 것일까.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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