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나면

by 승현

내 장례를 치르는 광경이 상상이 안된다. 몇 명 없는 지인들이 모여 과연 무얼 할련지. 연락받고 억지로 도착한 사람도 있을까.
그렇다면 나도 달갑지 않다.
장례식. 무엇 때문에 하는 걸까. 망자를 위해 모여 추억 따위를 공유한다.
관에 누워있는 자는 듣지도 못하는데. 살아있는 자들만의 기준으로 모인 거 아닌가 하는 못된 생각을 해본다.

땅속에 매장되는 상상을 해본다. 뭔가 싫다.
딱히 정도 없는 산속 어딘가의 공간까지 차지하며 들어갈 일인가.
내가 김치도 아니고, 땅속은 싫다.

화장을 하면? 하늘에 뿌려봤자 누군가의 호흡기에 불편만 초래하겠지.
물에 뿌리면? 물고기 밥이 되려나, 난 수영도 못하는데. 산에 뿌리면 튼튼한 소나무의 밑거름이 되겠지. 이건 좀 마음에 드는군.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아무 데나 뿌리면 불법이란다. 알고 계셨는지.

수목장이라는 게 있던데, 나무뿌리에 내 유골함이 얽혀버린다니.
나무가 불쌍하다. 기각.

납골당에 안치하는 방법도 있다. 돈을 지불하고, 못생긴 내 얼굴 사진을 전시한 채 모르는 사람의 유골함 옆에 나란히 수납한다.
이게 제일 싫군.

대체 뭘 어쩌라는 걸까 나는. 솔직히는 이 세상에 내 육체의 흔적이 남는 게 싫은 거 같다. 그냥 날 알던 이들이 간간이 "그런 놈 있었지"라고 읊조리다, 몇 년 후면 자연히 잊혀져 버리는 그런 식으로 사라지고 싶다.

혹시 제가 죽으면 로켓에 달아서 토성 근처에서 터트려 주세요. 토성의 고리가 되어 은하수를 빙빙 돌 수 있게.

월, 금 연재
이전 16화소니 워크맨 NW-A25